저금리 기조 속 국채 발행 급증
상업 금융기관들의 자금 많아
이자율 등 대부 조건이 불리
사하라 이남 15국 ‘취약국가’ 분류
경제성장도 주춤… 3%대 머물 듯
글로벌 투기자본으로부터 ‘신흥 시장’으로 각광 받았던 ‘검은 아프리카(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경제가 빚 더미에 올라 앉게 생겼다. 세계적 저금리 기조 속에 흘러 든 해외자본을 지속 가능하고 탄탄한 곳에 투자하는 대신 국채 발행 등 무분별한 대출 늘리기로 국가 경제를 지탱해온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하라 이남 국가 일부가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태”라고 경고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8일(현지시간) IMF가 발표한 경제 보고서를 인용,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반적인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급증하는 대출과 이에 따른 적자로 지역 경제 전반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IMF 통계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사하라 이남 지역의 35개 저소득국가 중 15곳이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위험이 큰 취약국가로 분류됐다. 이미 지난해 차드, 에리트레아, 모잠비크, 콩고, 남수단, 짐바브웨 등 6개 국가는 ‘디폴트(채무불이행)’ 국가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국가들도 빚을 갚느라 교육이나 사회 인프라 투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IMF는 진단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빚 잔치는 멈추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해 2016년보다 10배나 늘어난 75억 달러 국채를 발행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110억 달러 상당의 국채를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또 저소득국가의 공공부채는 지난 5년 사이 국내총생산(GDP)의 13% 규모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국제사회 차원의 부채 탕감 정책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상업 금융기관을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국제 부채 시장을 공략하며 기록적 수준으로 외화 채무를 발행하는 데는, 이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상업 금융기관들의 대출은 이자율 등 대부 조건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1990년대 세계은행의 ‘최대채무빈국(HIPC) 부채 탕감 프로그램’을 집행한 마스우드 아흐메드 국제개발센터(CDG) 대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의 부채비율은 HIPC 프로그램 운영 때보다 낮지만, 위험성은 더욱 커졌다”며 “더 많은 빚에 높아진 이자율과 짧아진 만기 등 상업적 조건이 달렸고 대출기관의 행태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적자 경제의 그늘이 드리워지며 성장률도 주춤해지는 모양새다. IMF는 이 지역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4%로 내다봤다. 지난해 성장률 2.8%보다 상승한 수치이지만, 동남아 등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성장률 수치를 감안하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IMF 아프리카 지역 담당 아베베 앰로 셀라시는 “중장기적으로 4%대 아래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아프리카의 지속적 개발과 성장을 위해 달성하기엔 부족한 규모”라고 말했다.
IMF는 “국내 산업을 활성화 시켜 생산 수익을 확대하는 중장기 정책으로 경제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금을 인상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공공부문에서도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민간 투자를 최대한 늘리라는 주문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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