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담 화엄학연구소장
‘대방광불화엄경게송’ 출간
탄허스님 수제자이자 사위
“절에 다니면서 말씀도 많이 듣고 나름 공부도 해봤지만, 그래도 화엄경을 직접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게 소원이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신도들은 물론이고, 승려들도요. 그 간절한 바람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고 온 겁니다.”
9일 1,000쪽에 이르는 ‘대방광불화엄경 게송’(교림출판사)을 꺼내든 서우담(79) 화엄학연구소장은 기분 좋다는 듯 웃었다. 서 소장은 탄허(1913~1983) 스님의 수제자이자, 탄허 스님이 출가 전에 낳은 딸과 결혼한 사위이기도 하다.
탄허 스님이란 이름은 불교계에서 절대적이다. 한학에 밝았던 그는 20대 초부터 나이 많은 고승들에게 화엄경을 강의할 정도의 실력을 지녔다. 강의용 원고를 만들려다 누구도 손 댈 엄두를 못 냈던 화엄경 80권 번역 작업에 착수, 10여년의 시간을 들여 1974년 ‘신화엄경합론’ 47권을 세상에 선보였다. 화엄경은 부처가 깨달은 뒤 내놓은 첫 설법이다. 제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자 찬찬히 다시 풀어서 설명해준 게 팔만대장경이라 할 정도로 불교의 정수로 꼽힌다. 이 까다롭고 어려운 경전을 번역해냈으니 탄허 스님에게는 최대 불사를 이뤄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문제는 시대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탄허 스님 본인이 한자에 능했던 데다 당시는 비교적 한자에 익숙한 시대였다. 구구절절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한자와 한문 문장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요즘 사람들은 마냥 까막눈이다. 간혹 좀 볼 줄 안다 해도 이상하게 읽거나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서 소장은 누구나 눈으로 보면서 따라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독음과 토까지 달아서 해석을 붙여 넣었다.
이번 책은 ‘게송’ 부분만 따로 만든 것이다. 화엄경 본문 전체는 640쪽 각 1권씩, 모두 3,200쪽 분량 5권 세트로 별도로 제작할 예정이다. 그런데 제작비가 없다. 이번 게송집이 팔리면 제작비에 보탤 생각이다. “그래도 어떻게 소식을 알고 이름 없는 분들의 도와주신다 하니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힘들게 출판을 이어가는 이유는 하나다. “시봉하던 이들이 석 달을 채 못 버티고 도망갈 정도로 까다로운 탄허 스님이셨어요. 그런데 공부에 관한 질문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성심성의껏 설명해주고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셨습니다. 그 정성이 모두에게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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