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공단 전병성 이사장
최근 국내에서도 암 치료를 돕는 인공지능(AI) 의사 왓슨을 도입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미국 IBM에서 개발한 암 진단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왓슨은 300여종의 의학저널, 200여 종의 교과서, 1,200만 쪽이 넘는 전문자료와 임상사례를 학습, 분석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의사에게 제안한다. 이때 왓슨과 의사와의 의견 일치율은 88%에 달한다고 한다. 왓슨은 의료진에게는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환자에게는 신뢰감 있는 데이터를 제시함으로써 만족감을 주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도 한국형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을 발표하는 등 의학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 분야에서도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출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현재 환경에서는 대기, 수질, 폐기물 등 각 분야에서 IT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원격측정기기를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 유관기관에서 운영하는 정보시스템만 약 170여개로 이런 데이터들은 왓슨이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했던 임상사례, 의학정보 등에 해당된다. 왓슨이 축적된 정보와 이를 바탕으로 한 분석을 통해 최적의 암치료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것처럼 환경 분야에서도 데이터를 서로 융합, 연계하고 활용해 분석할 수 있다면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대기, 폐수 등 환경질 정보와 환경처리시설 정보, 전력사용량, 수도사용량 등 사업장 정보, 배출시설 운영정보 등을 융합하여 환경지도 사업장 선정과 지도 점검 등에 활용하는 것이 좋은 예다.
환경 분야 왓슨의 출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발생하는 데이터의 품질과 가치를 높이고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의 구축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170여개 정보시스템에서 생성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서로 융합 및 연계할 수 있으며, 통합적 시스템을 통해 지능형 환경감시체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기후변화, 환경재난 등 환경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통계적 분석과 예측 시스템으로 환경오염 방지와 사후관리에 쏟아 붓는 막대한 예산을 아낄 수도 있다. 많은 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는 환경영향평가의 경우도 인공지능 기반으로 최적의 입지를 선정할 수 있다면 사회적 갈등에서 오는 손실과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측정 시스템의 고밀도화를 통해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늘리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정보시스템 외 각종 간이측정기를 활용한 환경정보의 수집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간이측정기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곳에 설치를 하여 각종 환경정보를 수집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간이측정기에 대한 성능검사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생성한 데이터의 신뢰성도 낮아 관련법의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데이터 확보 노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환경오염물질 처리시설에서 각 공정별 최적의 운전조건을 찾아냄으로써 시설의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고 오염물질 배출 및 처리를 고도화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에서 생성하는 데이터는 설비 수명 관리, 교체주기 설정 등 체계적 환경관리의 기초가 된다.
흔히 우리는 환경을 인간의 몸에 비유하곤 한다. 강이 오염됐으면 마치 우리 몸의 혈관이 오염된 것으로, 산불이나 무분별한 개발로 산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자연이 숨을 쉬기 어려운 것처럼 아파한다. 환경에 우리 인간의 몸을 빗대 생각하는 이유는 환경이 우리 인간처럼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등장하게 될 환경 분야의 왓슨은 오염된 환경에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고, 신뢰감 있는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그 어떤 법과 제도, 정책이 하지 못했던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환경의 파수꾼 역할이 인공지능의 영역으로 넘어갈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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