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다롄 바닷가 산책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의 ‘도보다리 산책’을 연상시킵니다. 실제 사진을 비교해 봐도 너무나 닮았습니다. 탁 트인 야외에서 자연을 배경으로 양 정상이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장소만 판문점에서 중국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도보다리 산책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양 정상 단둘만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대개 정상회담에서 보아왔던 화려한 의전이나 수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는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모습 대신 배석자 없이 단둘이 걸으며 대화하는 소탈한 모습은 일반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었고,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인식하게 하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보도도 이러한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양국 정상의 자연스러운 대화 모습으로 북중 우호관계를 과시하고, 이를 통해 북한 문제가 미국과 한국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중국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방법으로 ‘도보다리 산책’을 ‘다롄 해변 산책’으로 재연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회담 장소였던 다롄의 방추이다오 영빈관도 이런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방추이다오 영빈관은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이 덩샤오핑 등 당시 중국 수뇌부와 여러 차례 회동을 하던 장소로, 오랜 기간 이어진 양국의 우호관계를 과시하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한편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과 모든 것이 비슷했던 이번 다롄 해변가 산책에서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통역입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민족이기에 남북정상회담은 통역 없이 진행됐고, 이번 북중 회담은 통역이 있었습니다. 바닷가 산책 사진에서는 통역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앵글이 정면이 아닌 옆이었고, 영상에서는 시 주석 뒤로 통역이 보입니다. 차를 마시며 회담하는 장면에서도 뒤에 통역이 보입니다.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이 북중을 ‘순치의 관계’라고 표현하듯 북중은 혈맹관계입니다. 그러나 통역이 필요 없는 남북은 한민족입니다.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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