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렐라 대통령 “연정 가능성 無”
오성운동 “7월 8일 재선거” 주장
지난 3월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은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과반을 넘기지 못한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로 귀결됐다.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는 의석 분포 탓에 연립정부 구성은 2개월째 답보상태고, 급기야 7월 재총선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현 선거 체제하에서는 어느 한쪽의 압도적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주요 정당들이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무정부 상태 속에 재선거만 무한 반복되는 극도의 혼란이 장기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각 정당들 간 어떤 연정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연말까지 당파에 치우치지 않은 관료 출신이 참여하는 임시 방편 성격의 중립 정부 운영을 수용해 달라고 각 정당 대표들에게 호소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주요 정당 대표들과 정부 구성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였으나 중재에 실패했다.
중립 정부는 총리를 전문 관료에게 맡기고, 여야가 초당적으로 참여하는 거국 내각 형태를 의미한다. 이탈리아에선 2011년에도 연정 실패로, 경제학자인 마리오 몬티 전 총리가 2년간 구원투수로 나선 바 있다. 중립 내각은 국정운영이 마비된 상황에서 언제까지 연정 협상만 지켜볼 수 없다는 고육책인데, 당장 6월 유럽연합(EU) 정상회담과 10월 예산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주요 정당들은 중립 내각 카드를 일축한 채, 7월에 재선거를 치르자고 맞받았다. 지난 총선에서 단일 정당 가운데 32%라는 최대 득표율을 기록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우리는 중립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 7월 8일 선거를 다시 치를 것”이라고 날짜까지 못 박았다. 북부동맹(LN)과 전진이탈리아(FI) 등 우파 정당 4개가 손을 잡은 우파연합의 수장인 마테오 살비니 LN 대표 역시 “이번 총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우파연합이 정부 구성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며 7월 재총선 카드에 호응했다. LN(18%), FI(14%) 등 우파연합은 합계 득표율 37%를 얻은 바 있다.
양측은 FI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연정 참여 여부를 두고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해 연정은 불발됐다. 오성운동은 베를루스코니는 부패의 대명사라며 제외시킬 것을 요구했지만, LN은 우파연합을 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정당이 공히 7월 재총선에 목소리를 낸 데는 이참에 과반을 얻어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성운동은 연정 구성 실패의 위기를 돌파하려고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파연합 역시 최근 치러진 2곳의 주지사 선거에서 오성운동을 꺾으며 반격의 계기를 잡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마타렐라 대통령은 7월 재총선 카드에 부정적이다. 여름 휴가철이라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재선거를 하더라도 과반을 넘는 정당이 나오리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나 민심 역시 이 같은 이유로 재총선 실시에 비관적이다. 지난 총선에서 오성운동을 지지했던 마리나 마리씨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정치 실종 사태에) 신물이 난다. 또 다른 선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탈리아 정치연구소인 폴리시 소나의 프란체스코 갈리에티는 “프랑스 식의 결선 투표제만이 대안이다”고 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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