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1년의 내공은 그냥 쌓인 게 아니었다. 배우 장혁이 새 드라마 '기름진 멜로'를 통해 장르 불문 존재감을 과시하며 안방극장에 재미를 선사했다.
7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기름진 멜로’(연출 박선호/극본 서숙향)는 달궈진 웍 안의 펄펄 끓는 기름보다 더 뜨거운 세 남녀의 연애담을 그린 작품이다. 첫 화에서는 ‘파스타’ ‘질투의 화신’ 등 이색 로맨틱 코미디로 사랑 받았던 서숙향 작가 특유의 색이 물씬 묻어났다.
극 중 장혁은 사채업자이자 동네 중국집을 운영하는 사장 두칠성을 연기한다. 두칠성은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 ‘웍질’이란 말을 듣고 형제 같은 감방 동기들을 깡패짓 안 하고도 먹고 살게 하기 위해 동네 중국집 ‘배고픈 프라이팬’을 통째로 인수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배고픈 프라이팬의 조폭 칼판, 두칠성의 오른팔이자 소문난 칼 기술자 오맹달(조재윤)의 활약도 빛났다. 장혁과 조재윤은 거칠지만 허술하고 속은 따뜻한 인물을 연기하며 웃음을 유발했다.
무엇보다 장혁은 '병맛 멜로'에 완벽한 적응력을 보이며 드라마의 독특한 질감을 살렸다. 파산한 재벌가 딸 단새우(정려원)를 보고 첫눈에 반한 두칠성은 넋 나간 모습으로 하염없이 그를 쳐다보는가 하면, 바보 같은 허당 미소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한 두 사람 주변에 펼쳐진 꽃밭과 장혁의 머리에 날아든 나비 CG 역시 '병맛 멜로'의 매력에 큰 보탬이 됐다.
방송 말미, 두칠성은 단새우에게 머리를 맞고 피를 흘렸다. 그럼에도 그는 "맞은 김에 한마디 하겠다"며 "결혼하지 말라. 좀만 나중에 하라. 이혼이 너무 힘들다"고 우회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단새우는 "미쳤구만"이라며 당황 섞인 분노를 표출했다.
‘기름진 멜로’ 첫 회는 다소 어수선하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있는 이색 로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탄탄한 연기력과 존재감을 지닌 배우 장혁이 있었다. 그가 보여줄 엉뚱하고 능청스러운 매력이 사뭇 기대가 된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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