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의 ‘재현의 현재’, 장경렬의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 조재룡의 ‘의미의 자리’가 마지막으로 논의되었다. 두루 비평가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 뜨거운 저서들이었다. 선택이 쉽지 않았다.
‘재현의 현재’는 제목이 시사하는 그대로 사회 현실과의 치열한 긴장 관계 속에서 사실의 생생한 기록으로서의 문학작품을 찾아가는 글들로 빽빽하다. “리얼의 환기에 머물지 않는 리얼리티의 재현에 대한 문제의식”을 요구한다는 진술에서 잘 드러나듯이 그의 비평적 탐침은 사실적 묘사에 날카롭게 반응한다. 이론보다 실제에 집중하며 작품의 말을 차분히 따라가는 게 장점이다. 다만 그런 경사는 그가 근거했던 이론 자체에 대한 반성적 질문으로 변이해야 마침내 생동성을 타게 될 것이다. 시조 비평들을 모아 놓고 있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시조의 존속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차분한 이론적 설명과 꼼꼼한 작품 읽기가 밀도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무리가 없는 대신에 풀이의 언덕이 높지 않고 공감이 과장된 경이로 치닫는 경우가 많았다. 비평의 대상들이 산만하게 흩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의미의 자리’는 문학이 언어적 사건이라는 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 선 위에서 사건을 측정하여 현실에 연결시킨다. 시를 통째로 읽는 입장을 의미 해석, 리듬 분석, 사회적 작동 등 모든 측면에서 발동시키는 게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론과 실제가 조응하면서 화려한 언어의 향연을 이끌어내고 있었는데, 장광설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하긴 관심의 넓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다.
오랜 논의 끝에 조재룡씨를 수상자로 뽑는 데에 합의하였다. 비평은 작품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세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 가능성으로 전환시키는 데서 힘을 얻는다. 그 점에서 본다면 조재룡씨의 평론이 가장 ‘혁신적’이었다. 세상의 모든 박수를 수상자에게 보내며 다른 분들의 저서에서도 배운 게 많았으니 당연히 고마움을 표해야 할 것이다.
심사위원 김주연, 오생근, 김인환, 정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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