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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한의 도이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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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한의 도이모이

입력
2018.05.07 17: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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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이 예고된 가운데 북한의 체제변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가정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면 뒤이어 개혁개방과 고도성장 등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체제변화는 두 갈래가 될 수 있다.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동시 변화, 혹은 경제체제만 변화하는 것이다. 가장 성공한 사례는 정치와 경제체제를 동시에 변화시켜 성공한 것으로 평가 받는 비셰그라드 4개국이다.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으로 199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 비셰그라드 시에 정상들이 모여 만든 국가협의체다.

▦ 북한은 정치체제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경제체제만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중국을 비롯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아시아 4개국이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정치체제로는 단일정당 중심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체제는 자유시장적 요소를 대폭 도입했다.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지속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개발국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초고속 성장을 했다. 특히 베트남이 최근 들어 빠른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

▦ 베트남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것은 1986년 제6차 공산당대회에서 채택된 도이모이 정책을 시행하면서부터다. ‘변경한다’는 뜻의 ‘도이’와 ‘새롭게’라는 의미의 ‘모이’가 합쳐진 용어로 ‘쇄신’을 의미한다. 강성진ㆍ정태용의 저서 ‘경제체제 전환과 북한’에 따르면 베트남은 농업부문 개혁을 필두로 국영기업 민영화, 해외자본 투자유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추진했다. 특히 경제특구 등을 통해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를 통한 수출확대가 주효했고, 1985년 410달러이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2014년에 1,000달러를 넘었다.

▦ 몇 년 전 하노이 인근 박닌성 옌퐁공단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에 가본 적이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 공장 건너편에 있는 이 공장 관계자는 “인건비가 싼데다 세금부담이 낮아 수익률이 좋다”고 했다. 여기에서 지금은 연간 1억대의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올해 삼성전자가 국영기업인 베트남전력공사를 제치고 자산과 매출 기준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과감한 개혁개방 정책의 효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베트남식 개혁을 언급했다니 기대를 걸어 볼만하겠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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