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담판 합의 도출 실패 이어
대만 문제 싸고 “허튼소리 말라”
中, 공조 이탈 북한 편들기 우려
미국과 중국이 무역담판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한 데 이어 대만 문제를 두고도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때여서 자칫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매체들은 7일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전날 미국 백악관을 향해 “허튼소리 말라”면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하나의 중국’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에게 대만을 표기할 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고 촉구한 데 대해 미국 백악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체주의적 난센스”라고 비난하자 발끈한 것이다.
겅 대변인은 “홍콩ㆍ마카오ㆍ대만이 절대로 뗄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분임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중국에서 사업하는 외국기업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하고 중국 법률을 지키며 중국 인민의 민족감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민항총국(CAAC)은 지난달 25일 미국 항공사를 비롯한 36개 외국 항공사들에 공문을 보내 대만ㆍ홍콩ㆍ마카오가 중국과 별개의 국가로 인식될 수 있는 홈페이지 및 홍보 자료의 표현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둘러싼 미중 간 설전은 최근 양국 무역대화가 이견만 확인한 채 합의 도출에 실패한 직후에 불거져 주목된다. 양국 간 대치 전선이 무역에 이어 대만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대만 문제를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영토주권의 문제로 여기고 있고, 미국은 대만과의 고위급 교류와 무기 판매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무역 문제와 대만 문제가 뒤섞일 경우 양측 간 전방위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갈등의 확산은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이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노골화하면서 중국이 강력 반발하거나 비핵화 로드맵을 두고 북미 간 이견이 드러날 때 중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지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 공조 대열에서 중국이 이탈하는 경우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어렵사리 조성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논의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은 미국의 ‘영구적 비핵화’ 주장과 인권문제 거론 등에 북한이 반발하는 상황과 관련해 사실상 북한을 편들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논평에서 “북한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계속되는 압박과 군사위협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북미 양국이 난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신뢰를 쌓으려면 전략적 주도권을 쥔 미국이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이라며 “미중 간 무역ㆍ대만ㆍ남중국해 갈등이 한반도로 옮아오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굳건한 한미동맹 기조 속에 중국과도 세심하게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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