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북핵 전문가 인용 “이란 사찰보다 어려울 듯”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하는 작업은 핵 폐기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사찰 활동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십여년에 걸쳐 핵무기를 개발해온 역사만큼 북한의 핵무기 관련 시설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의 비핵화 검증에는 전 세계에 활동 중인 300여 명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관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보기관들과 랜드연구소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북한은 20∼60개의 핵탄두를 제조했으며, 핵무기 관련 시설이 있는 장소는 영변 핵 단지와 핵 실험장, 비밀 실험실 등을 포함하면 40~1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 2개의 건물이 원자로를 보유 중이고, 이 중 1곳은 북한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제조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는 10여 곳에 핵시설을 갖고 있던 이란보다 훨씬 큰 규모며 기술 수준도 월등하게 진전돼 있다. 2015년 이란 핵합의의 세부 사항을 협상했던 어니스트 모니즈 전 에너지장관은 “북한은 이란을 쉬운 일로 보이게 할 것이다”며 북한 핵사찰은 이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울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 비핵화를 검증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핵 사찰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IAEA는 현재 180개국에서 300명의 조사관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중 80여명은 이란 태스크포스 소속이다. IAEA 조사관 대부분 법 회계학자로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사용량을 추적하지만, 핵무기를 알아보고 다루는 훈련은 받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이런 문제를 고려하면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서방의 군사 전문가에다 중국과 러시아의 참여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정보당국도 북한이 정확히 몇 기의 핵탄두를 갖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숨길 경우 찾을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의미 있는 비핵화 합의의 첫 단계는 핵 프로그램의 범위에 대한 북한의 솔직한 선언이지만, 아무도 북한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을 것으로 NYT는 전망했다.
한편 맥 손베리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공화ㆍ텍사스)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 가능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면서 “우리는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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