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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간격 ‘1m룰’ 앞두고… 속병 난 중소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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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간격 ‘1m룰’ 앞두고… 속병 난 중소병원

입력
2018.05.07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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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모든 의료기관 의무화

침대 수 줄일지 대공사할지 고심

다인실 많은 요양병원 대란 우려

경기 구리시의 한 요양병원 A원장은 요즘병상(환자 침대) 수를 줄여야 할지, 병실을 늘리는 공사에 나서야 할지 고민이 깊다. 모든 의료기관의 병상 간격을 전부 1m 이상으로 넓히도록 한 제도가 내년 1월1일 시행됨에 따라 올 연말까지 병상 간격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병원의 평균 병상간 간격은 90㎝안팎. ‘1m룰’을 지키려면 병상간 간격을 10㎝ 정도 늘려야 하는데 이 경우 현재 6인실을 전부 5인실로 바꿔야 한다.현재 184병상에서 약 20병상이 줄어드는데, 한 병상에서대략 월 300만원의 매출(순이익은 45만원 가량)이 나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1억1,000만원의 순이익이 허공에 날아간다는 것이 A원장의 설명이다. A원장은 “간격을 10㎝더 넓혔을 때감염 확률의 감소 등 환자 편익이 크게 개선된다는 뚜렷한 연구 결과도 없이 이런 고민을 하려니 답답하다”고 했다.

수익 크게 줄어드는 병원들

병상 간격 1m 규제 시행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병원에 초비상이 걸렸다. 현재 간격보다 불과 몇 ㎝가 부족해 병상 수를 대폭 줄여야 하거나 대공사를 해야 하는 병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폭을 줄인 맞춤형 침대를 들여놓는 편법을 고민 중이거나 아예 병실을 없애는 방안을 고민하는 병원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일부 병원들은 “기존 법에 따라 만들어진 병실에까지 소급 적용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며 잔뜩 불만을 토로하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한 번 양보했는데 더 이상 양보할 수는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이러다 연말 연초 중소병원 병상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콩나물시루와 같은 빽빽한 병상이 감염 확산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해 2월부터 신축 또는 증축하는 동네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모든 의료기관은 병상간 거리 1.5m를 유지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단, 기존 의료기관은 병상간 간격 기준을 1m로 완화하고, 올 연말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무리한 소급 적용에 반발하는 의료기관들에게 제시한 일종의 당근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제감염관리연맹이 자원 제약이 심한 경우 병상간 최소 간격을 1m로 제한한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시기가 다시 임박하면서 그 동안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불만이 다시 분출하는 모습이다. 반발하는 병ㆍ의원들은 감염 예방 필요성도 공감하고, 새로 짓는 의료기관에 새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거 기준에 맞춰 적법하게 한 공간 배치까지 소급 적용해 아무런 지원 없이 바꾸라고 하는 건 법의 안정성을 흔드는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법 따랐는데 소급 적용”불만

경기 성남시 우리정형외과의원의 최필근 원장은 “의원을 운영하며 건축, 대지 등과 관련해 여러 정부부처의 규제를 받지만, 신ㆍ증축이 아닌 기존 건물에 대해 아무런 보상책 없이 고강도 규제를 가하는 사례는 복지부가 유일하다”면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문의하니 이런 경우 정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와 법적으로 따져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병상 23개를 운영하는데 1m 규제를 지키려면 병상을 4개를 줄여야 하고, 이 경우 매출이 15% 정도가 줄어들 걸로 추정한다. 그는 “현재 병상 수를 유지하려면 인테리어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공사비로 수천만원이 들고 공사 기간 중 환자를 받지 말아야 하는 데다 물리치료실 공간이 좁아져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고민 끝에 아예 입원실을 없애려는 의원도 있다. 같은 성남시에 있는 다른 정형외과 B원장은 “현재 24병상에서 5병상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오더라”면서 “19병상 만으로는 24시간 입원실을 운영하는 데 드는 인건비 등 유지비를 맞출 수 없어 직원 일부를 감축해 입원실을 없애고 외래 위주로 운영하려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요양병원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필순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회장은 “다인실이 많고 침상 간격이 좁은 편인 요양병원은 타격이 크다”면서 “농어촌을 제외한 도심의 요양병원은 병상이용률이 85~90%에 달하는데, 1m룰을 지키려면 병상 수가 20% 줄고 이는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성북구 온누리요양병원 역시 1m 룰 적용시 현재 230병상을 210병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더 이상 양보 못해” 배수진

복지부는 더 이상 양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줄을 서서 입원하는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중소병원들의 경우 비는 병상이 적지 않아 병상을 일부 줄인다고 해도 큰 손해는 없을 거라고 본다. 실제 2016년 전체 병상 이용률은 78.3%에 그치고 있는데, 이용하지 않는 병상을 없애는 것까지 정부가 보상해 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병원들의 편법 대응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게 복지부 입장. 정은영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1m룰을 지키겠다며 침대 크기를 줄이면 환자의 낙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서 응급의료법이나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병상 크기 기준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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