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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메이커’ 주연 애들러 "정체성 허무는 대담한 멜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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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메이커’ 주연 애들러 "정체성 허무는 대담한 멜로물"

입력
2018.05.07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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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케이크 메이커’ 주연배우이자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사라 애들러는 “영화로 관객을 만나고 심사까지 맡아 더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케이크 메이커’ 주연배우이자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사라 애들러는 “영화로 관객을 만나고 심사까지 맡아 더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한국 방문은 처음인데 매 순간이 흥미로워요. 특별한 경험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정겨운 골목길 풍경 속을 걷는 배우 사라 애들러(40)의 발걸음이 봄 햇살처럼 나풀거렸다. 손에 든 카메라 셔터가 바쁘게 찰칵거렸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영화의 거리에서 마주한 애들러는 관객들이 야외 무대에 등장한 배우 정우성에 환호하는 모습도 호기심 어린 눈길로 사진에 담았다. 얼굴 가득 웃음이 번졌다.

애들러는 출연작 두 편을 들고 전주를 찾았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 ‘폭스트롯’과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케이크 메이커’의 주연배우로 관객을 만난다.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한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유대계인 애들러는 프랑스의 영화 거장 장 뤼크 고다르 감독의 ‘아워 뮤직’(2004)으로 유러피안필름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젤리피쉬’(2007)로 이스라엘의 아카데미영화상이라 불리는 오피르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투아네트’(2006) 등 할리우드 영화에도 나왔다. 조금은 낯선 얼굴이지만 전주영화제 초청에 이어서 ‘케이크 메이커’가 24일 개봉할 예정이라, 거리감이 금세 좁혀질 것 같다.

‘케이크 메이커’는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품은 멜로 영화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케이크 메이커’는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품은 멜로 영화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케이크 메이커’는 사랑을 잃고 힘겨워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독일 베를린의 파티셰 토마스(팀 칼코프)가 사고로 죽은 동성 연인 오렌(조이 밀러)의 흔적을 찾아 그가 살았던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 건너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토마스는 오렌의 아내 아나트(사라 애들러)의 주변을 멤돌다가 아나트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하게 되고, 두 사람은 함께 케이크와 쿠키를 만들며 사랑에 빠진다. 국가와 종교, 가족, 성적 지향 등 개인의 정체성을 이루는 모든 것들을 단숨에 허무는 대담하고도 아름다운 멜로이자, 독일과 유대인 사이 암울한 역사에 대한 메타포를 품은 작품이다.

애들러는 “다양한 층위를 지니고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사랑 이야기이지만 뉘앙스가 아주 미묘합니다. 관객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이상적 결말이나 교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걸 잃었지만 다시 삶을 시작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관객들도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케이크를 만들거나 먹는 장면은 단순 행위일 뿐인데도 관능적으로 다가온다. 애들러는 “두 주인공의 관계 변화가 음식을 통해 전달된다”며 “관객이 알듯 말듯 표현하고 싶었지만 감독은 좀 더 선명하게 성적인 뉘앙스가 전달되기를 원했다”고 웃음 지었다. 대사보다는 눈빛과 표정에 감정을 싣는 애들러의 섬세한 연기는 유럽 예술영화 감독들이 유독 그를 자주 찾는 이유를 알게 한다. “주어진 대사가 많지 않은 장면을 연기할 때 더 흥미로워요. 나만의 감성을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어떤 연기를 영화에 담을지 선택하는 건 감독의 몫이겠지만요.”

애들러는 예술영화에서 존재감이 두드러졌지만 다양한 영화로 한국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구분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느 영역에서든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죠. 그러기 위해선 절대 쉬운 선택을 해서는 안 돼요. 때론 까다로운 눈도 필요합니다.”

전주영화제 심사위원이면서 초청작 배우로서 애들러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무엇일까. “우선, 기술과 감성이 조화를 이뤄야겠지요. 진정성과 감동도 전할 수 있어야 하고요. 다른 문화권과의 소통도 한 가지 요건일 겁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왜 매력적인지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제가 ‘케이크 메이커’에 끌렸던 것처럼요.”

전주=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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