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등록소 노린 테러 또 발생
부정선거 방지 고육책 사전등록, 탈레반ㆍIS 손쉬운 표적으로
10월 총선을 앞둔 아프가니스탄에서 또다시 유권자 등록소를 노린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3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APㆍ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동부 호스트 주의 야쿠비 모스크에서 미리 설치된 폭탄이 폭발해 최소 13명이 숨졌다. 압둘 하난 자드란 지방 경찰청장은 모스크가 선거 유권자 등록소로도 이용되고 있었다며 “유권자 등록을 위해 모였던 이들이 사건이 발생하자 모스크에서 도망쳐 나와야 했다”고 전했다.
주 공공보건 담당 부대표 굴 모하마드 망갈은 “13명이 숨지고 33명이 부상을 입었다”라며 “사망자 가운데는 여성 선거관리위원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몇몇 부상자는 위독한 상태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으며, 구급차가 여전히 피해자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배후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탈레반이나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가능성이 유력하다.
아프가니스탄의 유권자 등록소가 테러 공격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22일 자살 폭탄 테러범이 수도 카불의 투표 등록소 앞에서 자폭해 60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이처럼 테러집단이 아프간 선거를 노리는 이유는 현재 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잇따른 테러에 유권자들은 두려움을 호소했다. 카불 테러에 휘말려 머리를 다친 21세 대학생 알리 잔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표를 하려면 등록증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들이 이렇게 계속 우릴 죽인다면 누가 투표를 하겠냐”라고 한탄했다. 일각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치안을 제공하지 않는 아프간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까지 일고 있는데, 이 또한 정부와 유권자 사이를 떨어트리려는 테러집단의 이해에 부합한다.
아프간 독립선거위원회(IEC) 관계자들은 탈레반과 IS 등의 잇따른 테러가 투표 방해를 노리고 있다며, 저조한 투표율이 선거의 정당성을 해칠 것을 우려했다. 투표자 등록이 시작된 지 3주가 지났지만 등록자 수는 120만명에 그치고 있다. IEC는 아프간 성인 유권자를 1,4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현재 추세대로라면 등록 마감인 6월 중순까지 유권자 등록 수는 20% 남짓인 300만명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IEC가 유권자 사전 등록 절차를 거쳐 등록증(타즈키라)을 발급하는 것은 오랜 내전으로 아프가니스탄 행정 체계가 흔들렸고, 가장 최근 선거인 2014년 대선 당시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놓고 논란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당선자와 상대 후보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은 선거부정 논란 끝에 가니 대통령의 당선을 인정하는 대신 선거 제도 개혁을 완료할 때까지 총선거를 연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IEC는 선거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유권자 사전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홍보와 행정력의 부족에 테러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남아시아 전문 마이클 쿠겔먼 선임연구원은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선거를 부정하는 탈레반과 시아파 무슬림을 노려 종파적 공격을 이어가는 IS의 움직임이 선거를 둘러싼 안보 위협을 늘리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최악의 경우 선거를 내년으로 미뤄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야 한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