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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9년만에 총선 투표… 젊은 유권자 바람 일으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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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9년만에 총선 투표… 젊은 유권자 바람 일으키나

입력
2018.05.0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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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6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총선 투표에 참여한 후 잉크가 묻은 엄지손을 치켜 들어 보이고 있다. 베이루트=로이터 연합뉴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6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총선 투표에 참여한 후 잉크가 묻은 엄지손을 치켜 들어 보이고 있다. 베이루트=로이터 연합뉴스

레바논이 두 차례에 걸쳐 현직 의원들의 임기를 연장하며 선거를 미룬 끝에 6일(현지시간) 2009년 이후 무려 9년만에 총선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레바논은 지난해 6월 각 정파의 합의로 단순다수제에서 비례대표제와 선거구 수 축소, 부재자투표 허용 등을 규정하는 선거법 개정을 완료하고 6일 총선에 돌입했다. 이전 총선인 2009년 이후 9년 만이라, 30세 이하 유권자는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셈이 된다. 약 400만명에 이르는 유권자 가운데 80만여명이 첫 투표자다.

이들 젊은 유권자는 지난 수년 간 선거법 개정 문제로 시비를 벌이며 정작 민생을 다루는 데는 뒷전이었다며 선거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총 128석을 뽑는 선거에 시민사회단체들은 70명 이상의 무소속 후보를 내세워 정치 변화를 도모하는 상황이다. 경제 상황 개선과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벌여 온 콜루나 와타니(우리는 모두 국민이다) 등이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했다.

기존 집권층도 젊은 유권자들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 집권 세력 ‘미래운동(FM)’을 이끄는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의 최측근인 노하드 마츠누크 내무장관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이후에도 젊은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실질적인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레바논 정치권에서 최대 영향력을 지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신인 의원 후보를 대거 내세우며 이들의 민심을 공략하겠다고 나섰다.

레바논은 1989년 내전 종식을 위해 체결한 타이프협약(국민화해헌장)에 따라, 정치 안정을 위해 기독교와 이슬람교 양 세력에 동등한 숫자의 의석을 배정하고, 두 종교 내에서도 교파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종파별 의석 쿼터제를 시행해 왔다. 이 쿼터제 덕택에 옆 나라 시리아처럼 대대적인 내전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쿼터제가 기계적 균형 맞추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점점 늘어났고, 정치권은 의석의 비례성을 높이는 새로운 선거법 제정을 위해 수년 간 논쟁을 벌인 끝에 지난해 6월 새 선거법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의회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위기를 빌미로 삼아 2013년 5월로 예정된 선거를 세 차례나 미루며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레바논에는 시아파 유권자가 많기 때문에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헤즈볼라로 꼽히며, 헤즈볼라 역시 이번 총선을 통해 의석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레바논이 처한 정세상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확대되더라도 균형과 안정 지향적인 레바논 국민의 성향상 기존 정부의 노선이 급격히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표는 현지시간 6일 오후 7시(한국시간 7일 오전 1시) 종료되며, 공식 선거 결과는 7일 혹은 8일께 나오지만 대략적인 윤곽은 이르면 현지시간 6일 늦은 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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