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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의 어제] 탄핵 닉슨 닮은꼴 트럼프

입력
2018.05.06 18: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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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과 환담하고 이는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태우 전 대통령과 환담하고 이는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4년 5월 9일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에 착수했다. 남북전쟁 직후인 1868년 급진파가 지배하는 의회가 남부에 유화정책을 펴던 남부 출신 앤드루 존슨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이후(상원에서 부결) 연방 대통령에 대한 탄핵시도는 106년 만의 사건.

대통령이 되기 전 연방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을 지냈고, 두 차례 부통령을 역임하는 등 인기 정치인이었던 닉슨이 탄핵심판 직면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이유는 그의 거듭된 거짓말 때문이었다.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1972년 6월 괴한들이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도청해 선거전략을 빼낸 ‘워터게이트 사건’이 단초다. 사건 발생 직후인 8월 닉슨 대통령 재선위원회와 괴한들과의 연루 의혹을 시사하는 수사결과가 나오고,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대서특필했지만 닉슨은 정치적 타격을 받지 않고, 그 해 12월 대선에서 압승(선거인단 520 대 17)을 거두며 여유 있게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듬해 2월 개시된 상원 조사위원회를 시작으로, 특별검사 임명, TV로 생중계된 상원 청문회 등 시간이 가면 갈수록 닉슨 대통령은 궁지에 몰렸다. 권력유지를 위해 언론통제ㆍ사건은폐ㆍ불법감청 등 권모술수를 서슴지 않은 대통령의 민낯이 속속 드러났고 민심은 등을 돌렸다. 탄핵조사에 착수한 하원 법사위가 1974년 7월 닉슨 대통령의 사법권 및 재판권 방해 혐의를 가결하고, 하원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이 가시화하자 8월 닉슨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임기 중 사퇴한다.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 지 25년 만인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성 추문 관련 허위 증언 혐의 등으로 사상 두 번째로 상원의 탄핵심판대에 섰지만, 상원의원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하고 기각됐다. 당시 경제호황으로 클린턴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고, 탄핵은 공화당의 정략이라는 비판이 높았다.

러시아의 대선개입 의혹인 러시아스캔들에 발목이 잡혀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탄핵 위기에 몰렸던 클린턴 대통령을 자문했던 에밋 플러드 변호사를 법률팀에 영입했다. 데탕트 시대를 연 미중 정상회담으로 국내정치의 위기를 돌파한 닉슨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러시아 스캔들에 벗어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닮은 꼴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북미 정상회담에는 동북아 정세 대전환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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