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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총 모양 “탕탕탕”… 트럼프, 파리테러 희생자 모욕

입력
2018.05.06 16: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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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총기협회 연설서 도 넘은 발언

프랑스 정부 비판 성명… 유럽 발끈

그림 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 연설에서 엄격한 총기규제 탓에 프랑스 파리 테러 피해 규모가 커지고, 영국에서는 흉기 범죄가 급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연설 도중 손으로 총과 칼 모양을 만들어 총을 쏘고(왼쪽) 칼로 찌르는(오른쪽) 모습을 재연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그림 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 연설에서 엄격한 총기규제 탓에 프랑스 파리 테러 피해 규모가 커지고, 영국에서는 흉기 범죄가 급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연설 도중 손으로 총과 칼 모양을 만들어 총을 쏘고(왼쪽) 칼로 찌르는(오른쪽) 모습을 재연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테러, 영국의 흉기 범죄를 언급하며 총기규제 무용론을 주장, 프랑스와 영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총회 연설에서 2015년 파리 중심가에 있는 바타클랑 공연장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및 자살폭탄 테러를 거론하며 “종업원이나 고객 중 단 한 명이라도 총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리고 반대 방향을 겨낭한 총이 한 자루만 있었다면, 테러리스트들이 달아나거나 총을 맞았을 것이고,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기규제 때문에 파리 테러의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테러범들은 여유를 갖고 희생자들을 한 명씩 쏘아 쓰러뜨렸다. 탕! 이리 와 봐! 탕! 이리 와 봐!”라며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총격 장면을 재연했다. 파리 테러 희생자 130명 가운데 90명은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묘사한 방식으로 살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올 들어 영국에서의 흉기 범죄가 급증한 것을 지적하며 그 원인을 엄격한 총기 규제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총이 없는 대신 칼이 있다. 런던에 있는 한 병원의 바닥은 흉기 범죄로 온통 피바다가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영국의 외과의사 마틴 그리피스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왕립런던병원에서 일하는 것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영국군 캠프에서 일하는 것에 비유했다’고 말한 것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리피스는 트럼프의 발언에 “요지를 잘못 짚은 것”이라고 항의했다. 특히 트럼프는 ‘칼’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마다 사람을 찌르는 흉내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과 없는 발언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흉내에 프랑스와 영국은 즉각 반발했다. 프랑스 정부는 5일 성명을 내고 “프랑스는 파리 테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강한 반감을 표출한다. 희생자들의 기억을 존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또 “모든 국가는 총기 소지와 관련한 법을 자유롭게 결정한다. 프랑스는 총기 취득과 소지가 엄격하게 규제되는 국가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찰리 팰코너 전 영국 법무장관은 트위터에서 “미국의 살인율은 영국보다 5배 높다. 총기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함으로써 살인율을 낮출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왕립런던병원의 외과의사 카림 브로히는 “폭력과 싸우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그것 중 하나로 총을 제안하는 것은 정말 웃긴 이야기”라며 “총상은 자상보다 최소 2배는 더 치명적”이라고 꼬집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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