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모 새 상급종합병원협의회장
“5년간 30조원 필요 추정도 있어”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지표
권역별 세분화·절대평가 도입을
지난달 27일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신임 회장으로 뽑힌 인하대병원 김영모(61) 병원장은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해 “방향은 옳지만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계획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병원장은 지난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입장에선 본인 부담금 감소와 건강권 보장 측면에서 ‘문 케어’를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기관들이 우려하는 재정적인 측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방향 자체는 옳다고 생각하지만 향후 5년간 투입되는 국가재정이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라며 “협의회와 정부 사이 조율을 거쳐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감안하고 국민의 실질적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김 병원장은 또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평가지표를 둘러싸고 형평성과 모호한 기준 등 논란이 반복되고 의료기관과 정부 간 갈등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 2020년 재지정 시기에 맞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현재 3년에 한 번씩 이뤄지는 평가를 연중 상시 평가하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 사망 등 연구를 통해 사회적 책무나 윤리 위반에 대한 제재 방안을 포함해 평가를 강화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그러나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중요한 잣대가 되는 진료권역별 소요병상 수(진료량에 따라 필요한 병상 수를 예측한 추정치로 상급종합병원 규모를 결정)를 세분화하는 등 개선하고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도입해 의료기관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병원장은 협의회 신임 회장으로서 최우선 과제로 ‘국민 신뢰 회복’을 꼽았다. 상급종합병원뿐 아니라 우리 의료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최근 신생아 집단 사망과 부산대병원 전공의 폭행, 응급환자 거부 등이 이어지면서 무너진 상태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기능 재정립과 원활한 의료 전달 체계가 정착될 수 있는 정책적 제안, 의료기관 인증 제도 개선, 보건의료정책 공동 모색 등을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되는 게 목표”라며 “의료 혜택을 받는 모든 보험가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명확한 역할을 정립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언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는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 전국 42개 상급종합병원 병원장들의 회의체다. 신임 회장인 김 병원장은 연세대 의과대학 출신으로, 1989년부터 인하대에서 재직했으며 2013년 8월 인하대 의무부총장 겸 병원장이 됐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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