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김녕미로공원 설립
수익금 7억원 제주대에 기부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 관광의 선구자였던 프레드릭 더스틴(Fredric H. Dustin) ㈜김녕미로공원 대표가 5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미국 국적인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다 선교사인 아내의 뜻을 따라 1971년 제주에 정착했다. 그는 1994년까지 제주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관광영어를 가르치면서 생활했고, 퇴임 이후 국내 첫 미로공원인 김녕미로공원을 설립했다.
그는 1982년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알게 된 영국의 미로 디자이너 애드린 피셔에게 국제우편과 국제통화로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면서 공원 설계를 부탁했고, 3년간에 걸쳐 설계작업을 진행했다. 그는 이어 1987년부터 공원에 사용할 나무를 심기 시작해 8년 후인 1995년에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만장굴 인근에 김녕미로공원을 완성했다.
더스틴 대표는 제2의 고향인 제주에서 늘 나눔을 실천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항상 “제주에서 발생하는 관광수익은 제주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했다. 그는 2003년부터 공원 수익금으로 자신이 재직했던 제주대에 외국인 교수를 채용해 달라며 3,000만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인 유학생과 교류학생 장학금, 외국인 교수 연구비 등으로 지금까지 총 7억7,000여만원을 제주대에 지원했다. 그는 또 공원이 위치한 김녕리의 김녕초등학교와 김녕중학교에도 매년 지원을 하는 등 지역사회에 나눔을 실천했다.
제주대는 2006년 5월 제주 지역사회와 대학 발전에 기여한 공을 높이 평가하며 더스틴 대표에게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더스틴 대표의 추모식은 7일 오전 김녕미로공원에서 거행된다. 유해는 공원 내에 안치될 예정이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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