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젠화 총장, 변명 대신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
“문화혁명때 제대로 교육 못 받아 어휘력 부족”
중국 최고 명문대학인 베이징(北京)대의 린젠화(林建華) 총장이 중학생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를 잘못 읽어 망신을 당했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문화혁명 시절 교육을 받지 못해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시인하며 고개를 숙였다.
6일 홍콩 언론들에 따르면 린 총장은 지난 4일 개교 120주년 기념식 축사 도중 “베이징대 학생들은 분발해서 홍곡(鴻鵠ㆍ중국어 발음 ‘훙후’)의 뜻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려다 홍호(鴻浩ㆍ중국어 발음 ‘훙하오’)로 잘못 읽어 구설에 올랐다. ‘큰 기러기와 고니’라는 뜻의 홍곡은 중학생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로 연작(燕雀ㆍ제비와 참새)과 비교되며 큰 뜻을 품은 사람을 의미한다. 그는 또 ‘많은 학생’이라는 뜻의 신신학자(莘莘學子ㆍ중국어 발음 ‘선선쉐즈’)를 근근학자(斤斤學子ㆍ중국어 발음 ‘진진쉐즈’)로 잘못 읽기까지 했다. 근근(斤斤)은 ‘시시콜콜 따진다’는 뜻이어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이에 누리꾼들은 린 총장을 글자도 모르다는 뜻의 백자교장(白字校長)이라고 부르는 등 비웃음을 쏟아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베이징대, 홍호의 뜻’이라고 적힌 티셔츠까지 판매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린 총장은 이튿날 교내 전자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려 “홍곡의 발음을 제대로 몰랐는데 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웠다”면서 “매우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시절 문화대혁명을 겪어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해 기초 어휘력이 좋지 않다”고 시인한 뒤 “이 글은 변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내 모습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1978년 베이징대 화학과에 입학한 린 총장은 1993년부터 베이징대 화학과 교수로 일했고, 충칭(重慶)대ㆍ저장(浙江)대 총장을 거쳐 2015년 베이징대 총장에 취임했다. 중국의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선 린 총장의 해당 축사 영상이 모두 삭제된 상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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