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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인링크ㆍ아웃링크 싸움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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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인링크ㆍ아웃링크 싸움의 역사

입력
2018.05.06 14: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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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언론사 기사를 인링크로 처음 제공한 포털은 1997년 국내 진출한 야후코리아였다. 인링크란 외부 사이트로 넘어가지 않고 해당 포털 내에서 기사를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야후코리아는 몇몇 국내 언론사와 제휴를 맺고 돈을 주고 기사를 구입해 포털 내에서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편리하게 볼 수 있는 뉴스서비스를 매개로 이용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였다. 제휴를 맺지 않은 언론사들의 기사는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가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볼 수 있었다.

야후코리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링크로 제공한 뉴스서비스 덕분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이용자를 끌어 모았다. 이를 위해 기자 몇 명이 야후코리아로 옮겨 뉴스 서비스를 만들었다.

뒤늦게 출발해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다음, 야후 등 쟁쟁한 포털과 경쟁해야 했던 네이버는 이를 주목했다. 그래서 야후코리아를 본따 네이버 뉴스서비스를 만들었다. 심지어 야후코리아에서 뉴스서비스를 만들던 사람들까지 데려갔다. 네이버는 야후보다 인링크 기사를 더 많이 보여주려고 제휴 언론사를 더 늘렸다. 네이버 역시 뉴스서비스 확대 이후 이용자가 증가했다.

야후를 벤치마킹한 네이버의 성장은 또 다른 모방꾼을 낳았다. 이번에는 PC통신 시절 강자로 뒤늦게 포털로 변신한 KT의 파란이 네이버를 눈여겨 봤다. 그리고 네이버 뉴스서비스 중에서 모객 효과의 핵심이었던 3대 스포츠지만 빼갔다. 파격적 비용을 주는 대신 파란에만 기사를 인링크로 독점 공급하는 조건이었다. 당시 인터넷을 흔든 ‘파란 사태’였다.

당장 네이버에 비상이 걸렸다. 네이버는 비상회의 끝에 5개 인터넷 매체들에게 돈을 주고 연예, 스포츠 전문 매체를 창간해 관련 기사를 공급받으며 3대 스포츠지를 대체했다. 이용자들은 검색 기능에서 앞섰던 네이버에서 편하게 연예, 스포츠 기사까지 볼 수 있게 되자 굳이 파란을 찾지 않았다. 여기서 교훈을 얻은 네이버는 일부 매체에 국한했던 뉴스서비스를 신생 인터넷 매체까지로 폭넓게 개방했다. 또 다른 파란 사태를 우려해 대체재를 늘린 것이다.

그 결과 네이버 뉴스에 각종 매체들이 제공하는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넘쳐났고 네이버의 뉴스 편집 기능이 권력화했다. 네이버가 어떤 기사를 뉴스 메인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언론사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네이버의 뉴스서비스 개시부터 파란 사태까지 일련의 과정이 불과 3,4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이 짧은 시기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습관이 포털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IT현장을 취재하며 보고 들었던 인링크의 과거를 되짚은 이유는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촉발된 포털 뉴스의 아웃링크 논란 해법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인링크 역사가 보여주듯 굳이 여기저기 찾아가지 않아도 온갖 뉴스를 한 군데서 편하게 볼 수 있는 편리함의 미학이 곧 포털 뉴스의 성장 비결이요, 앞으로 언론사들이 넘어야 할 최대 장벽이다.

편리함을 버리고 일부러 불편함을 찾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언론사들은 포털보다 편리하거나 수고로움을 마다 않고 찾아갈 만한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포털 뉴스를 해체해도 달라진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습관을 바꾸기 힘들다. 이미 인터넷에는 파란 사태처럼 각종 사회관계형서비스(SNS)와 유튜브가 포털 대체재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로 정보를 검색하고 뉴스를 보며, 이를 각종 SNS로 퍼나르고 댓글을 단다.

언론사들이 아웃링크 고민에서 해법을 찾으려면 ‘과연 이용자들의 습관을 바꿀 준비는 돼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사를 읽기 힘들만큼 온갖 광고로 도배하고 선정적인 만화나 사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페이지로는 결코 이용자들을 붙잡을 수 없다. 현명한 이용자들은 분명 옥석을 가릴 것이기 때문이다.

최연진 디지털콘텐츠국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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