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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선생과 스승

입력
2018.05.04 17:5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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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고 한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고 한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지만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 어느 공익광고에 나온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다. 누구나 부모가 되고 싶지만 실상 대부분은 학부모들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이상을 꿈꾸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선생과 스승도 차이가 있다. 사전에 보면, 선생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스승은 자기를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이라 돼 있다. 교사, 교수, 강사 등 직업을 가리키거나 상대를 높이는 존칭이 선생이라면, 스승은 학문, 지식, 기술을 가르치는 직업인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도리나 세상 이치를 가르치고 바르게 이끌어 주는 사람을 말한다. 모든 스승은 선생이지만 모든 선생이 스승으로 존경받는 것은 아니다. 임용고시에 합격하면 교사가 될 수 있고,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업적을 쌓으면 교수가 될 수 있지만 진정한 스승이 되려면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공부보다는 배움의 기쁨을, 앞서는 법보다는 함께 가는 법을, 성공하는 법 보다는 인간이 되는 길을 가르쳐야 한다.

어릴 적 학교에서 성공한 사람에는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 등이 있다고 배웠다. 난 사람은 재주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고, 든 사람은 학식이 풍부한 사람이며, 된 사람은 바른 성품과 인격을 갖춘 사람이다. 교사나 교수는 든 사람이지만 그들 모두가 된 사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난 사람, 든 사람은 적지 않지만 된 사람을 찾아보기는 참으로 힘들다. 교사의 ‘사(師)’는 ‘스승 사’자다. 스승 역할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가 직업이다. 그 사람이 얼마나 마음이 따뜻한지, 어떻게 자라왔는지, 인격이 어떠한지 보다 우리는 그 사람이 뭐하는 사람인지를 먼저 물어본다. 사회적 지위, 소득 및 권력의 정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정도 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배우자를 고를 때 ‘사’자가 들어간 직업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사’자가 들어간 직업들에 ‘스승 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사, 의사, 약사, 간호사, 목사 등은 ‘스승 사’를 쓰는 직업들이다. 학생들을 인재로 기르거나 환자의 생명을 다루거나 신도들을 종교적 삶으로 이끄는 직업들이다. 반면 판사와 검사는 ‘일 사(事)’자를 쓴다.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일을 처리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박사, 변호사, 변리사, 기술사는 ‘선비 사(士)’자를 쓴다. 선비는 원래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는 사람을 이르던 말이었다. 이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격과 윤리가 필요한 사람은 ‘스승 사’자를 쓰는 사람들이다. 꼭 교사가 아니어도 행동으로 다른 사람의 귀감이 되는 사람은 모두 스승이다. 스승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므로 역할이 막중하다. 교육학자 어니스트 보이어는 “서툰 외과의사는 한 번에 한 명을 해치지만 서툰 교사는 130명을 해친다”고 말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국제연합이 정한 세계가정의 날은 5월 15일인데, 우리에게 이날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를 만들고자 제정한 날로 세종대왕 탄신일인 15일로 정해졌다. 어린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 있어도 제 뜻을 펴지 못하는 백성이 많아 이를 가엾게 여겨 배우기 쉬운 스물여덟 자,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은 만백성의 군주이자 어버이였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한 스승의 마음을 가진 왕이었다. 얼마 안 있으면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 각박한 세상, 우리에게는 공부만 가르치는 선생보다는 삶을 이끌어 주는 참스승이 절실하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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