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문 정부, 주변국들 신뢰의 축 역할”
홍준표 “정부, 남북 연방제로 가고 있다”
유승민 “판문점 선언 보고 들뜨지 않아”
조배숙 “정치적 이익 따지는 저항세력 있어”
‘위기에서 평화로: 한반도 비핵화와 신 동북아질서’를 주제로 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2018 한국포럼’은 4ㆍ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높아진 기대를 반영하듯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졌다. 참가자들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엇갈린 평가와 함께 다양한 제언을 내놨지만, 가까스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 무드가 완전한 비핵화를 넘어 세계 평화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만은 모두가 하나였다.
이날 포럼에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정ㆍ재계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한국포럼 사상 최대인 1,200여명의 청중이 몰려 준비된 400여개의 객석은 일찌감치 동났고, 자리를 잡지 못한 청중들은 객석을 가운데 두고 빼곡히 둘러서서 강연을 경청했다.
포럼 시작에 앞서 승명호 한국일보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번 판문점 선언은 곧 있을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꽃을 피우게 된다”면서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기에 어느 때보다 관련 당사국들이 지혜를 모아 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행사를 공동주최한 세종연구소의 진창수 소장은 “남북 정상회담 직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중차대한 시점에 개최된 한국포럼에서 창의적 아이디어와 구체적 방법론이 제시되길 바란다”며 개회를 선언했다.
축사에 나선 정세균 국회의장은 “판문점 선언을 신호탄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탈냉전을 향한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 의장은 “흔히 북핵 문제 해결의 원칙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로 약칭해 부르고 있는데, 궁극적 목표는 CVID를 넘어 CVIP로 가야 한다. 그것은 바로 Complete(완전하고), Visible(명백하며), Irreversible(비가역적인), Peace(평화)다”라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완전한 평화에 이르러야 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이어 차례로 무대에 오른 여야 4당 대표들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먼저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국회 연설에서 주장한 ‘한반도 신세대 평화론’을 다시 언급하며 “80년대생 스위스 유학파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솔직하고 대담한 행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주변국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며 이어질 각종 정상회담에서도 신뢰의 축 역할을 제대로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로 규정한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홍 대표는 “E.T(외계인)가 된 느낌이다. 남과 북이 합작해 나를 냉전 대결 세력의 상징인양 몰아가지만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열정과 노력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북핵 폐기에 묶여 있는 동안 정부는 남북 연방제로 가는 과정을 숨가쁘게 진행하고 있다”며 “공산 독재에 영합하는 반역사인지, 시대의 흐름인지는 머지 않아 판가름 나겠지만 좌파정권 폭주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정부에 날을 세웠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북한 노동신문에서 비난 받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라면서 홍 대표의 발언을 이어받았다. 그는 “판문점 선언을 보고 저는 들뜨지 않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면 시대의 영웅이 될 것이고, 해결 못 하고 속는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더 중요함을 역설했다.
반면 조배숙 평화당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른) 작금의 상황을 부정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다”며 “잘못된 신념이나 냉전 구도 존속이 정치적으로 이익이라는 계산 때문”이라고 보수 야당을 겨냥했다.
상반된 평가를 주고받은 여야 4당 대표들은 행사 직전 VIP 티타임에서도 미묘한 기싸움을 벌였다. 추 대표는 도로 사정 탓에 홍 대표의 도착이 늦어지자 김영우 한국당 의원에게 “나라를 다 갖다 바칠까 봐 걱정이 되셔서 안 오신 거냐”라고 물었다. 한국당이 6ㆍ13 지방선거 구호로 ‘(국가사회주의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선정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약 8시간에 걸친 포럼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 주제가 시의적절했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공기업에 재직 중인 양동주(59)씨는 “최근 워낙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라 회사에 휴가를 내고 이 자리에 왔다”며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와 판젠창 중국 개혁개방포럼 상급고문 등 해외 전문가들을 통해 판문점 선언의 의미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인터넷 개인방송채널을 운영하는 김영욱(35)씨는 “그동안은 연예계나 스포츠 소식을 주로 다뤘는데 남북한 문제가 워낙 화제가 되고 있어 참석했다”며 “오늘 포럼을 주제로 별도의 방송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전 행사에 비해 외국인 참가자가 크게 늘어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첵미드 후렐바타르 주한몽골대사관 참사관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미국의 패널들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며 유익한 토론을 벌였다”며 “특히 1994년 제네바 협상을 이끈 갈루치 전 특사가 다시 북핵문제에 대한 의견을 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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