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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의원 “文대통령, 트럼프 기 세워주며 안전 운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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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의원 “文대통령, 트럼프 기 세워주며 안전 운전해야”

입력
2018.05.03 20:0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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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결단 ㆍ문대통령의 협상

임계점 온 김정은의 실천 맞물려

비핵화 ㆍ문대통령 방북 명기 등

더 이상 좋은 합의 도출될 수 없어

김정은, 21세기 흐름 알고 자신감도

화끈하고 통 큰 아버지 판박이

박지원 의원이 본보 이계성 논설고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우한 기자
박지원 의원이 본보 이계성 논설고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우한 기자

박지원 의원은 원내 15석의 제 4당 민주평화당 소속이지만 요즘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정치인이다. 4ㆍ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조만간 있을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대전환 국면에서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실무 주역으로서의 존재감이 두드러져서일 것이다. 판문점 정상회담 당일 만찬에 야당 인사로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참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6ㆍ15정상회담과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의 같은 점과 다른 점, 직접 만나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람 됨됨이, 글로벌 관심사로 부상한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개혁 개방 전망 등에 대한 견해를 듣고자 국회 의원회관으로 갔다. 물어 물어 찾아갔는데 615호실이다. 박 의원이 일부러 이 번호의 방을 원했다고 한다. 분단 후 첫 남북 정상 만남인 6ㆍ15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실무 주역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_판문점 정상회담을 보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눈물이 났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가 전세계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재앙으로 부상한 가운데 ‘완전한 비핵화’라는 명제를 정해놓고 진행한 회담이었기에 세계적 의미가 있다. 특히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우리로서는 미국 안보에 큰 의미를 둘 수밖에 없고, 어떻게 해서든 북핵 문제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의 예고편이 되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데 아주 잘 하고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_판문점 정상회담 만찬에 초대받아 참석했는데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고 들었다.

“4ㆍ27 판문점 선언이 아주 좋았다. 여태까지 비핵화를 거론하니 마니 하다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국방장관회담, 이산가족상봉, 문 대통령의 올 가을 방북까지 명기했다. 그 이상 좋은 합의가 도출될 수는 없었다. 그런 후에 50명 정도가 만찬을 하니 마치 가족잔치 하는 것 같은 훈훈한 분위기였다. 또 처음으로 남북 정상의 퍼스트 레이디들이 참석해 더 좋았고. 김 위원장도 격의 없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남북 인사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술도 따르고 마시며 기분 좋게 대화를 나눴다.”

_김정은 위원장에게 이희호 여사의 안부인사를 전했다고 하던데.

“김정은 위원장을 처음 만나 인사할 때 이 여사님 안부를 전했더니 ‘건강하시냐, 김대중 전 대통령, (나를 지칭해)장관 선생이 없었으면 오늘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어떻게 만나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함께) 6ㆍ15 정신을 계속 발전시키자고 얘기했다. 술도 한 잔 하면서 여러 일에 대해 재미있게 얘기를 나눴다.”

_김 위원장을 처음 가까이서 보고 얘기를 나눴는데 어땠나. 우리 국민들은 김 위원장이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 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좋은 인상을 받긴 했지만 정말 속까지 좋을까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김 위원장도 임계점이 온 거다. 그가 집권한 뒤 북한 경제가 좋아져 굶어 죽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까지 끌어들여 대북 제재 압박을 하니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시 굶어 죽을 수는 없는 거고 좋아졌던 경제가 후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거기다 북한의 장마당이 비공식적으로 합하면 700, 800개가 존재하고 있고 인구 5분의 1인 500만 명 이상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어 정보가 흐르는 사회다. 북한 당국이 통제해도 정보의 흐름은 못 막는다. 문 대통령이 한미 동맹, 한미 신뢰를 굳건히 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계속 대화를 권하니 김 위원장이 핵 경제 병진 발전론을 마감하고 경제발전 전념을 선언했다. 더 이상의 핵 개발을 단념하고 경제발전을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거라고 본다. 이번엔 잘 된 거다. 트럼프의 결단, 김정은의 실천, 문재인의 안전운전 협상, 이 3박자가 잘 갖춰졌다.”

_현재까지는 잘 맞아 돌아가는 것 같다.

“더 좋은 것은 대북 강경론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대미 대남 강경론자인 김영철, 이 정보 책임자들이 직접 협상을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미국도, 북한도, 문재인도 가장 잘 아는 서훈 국정원장의 경험까지 합쳐 조정을 하고 있다. 세 정상의 3박자가 세 실력자, 강경론자들의 트리오가 협상을 하는 모양새다. 그렇게 협상하기 때문에. 안 될 협상을 할 일이 없지 않는가.”

박지원(오른쪽) 의원이 본보 이계성 논설고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우한 기자
박지원(오른쪽) 의원이 본보 이계성 논설고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우한 기자

_북미정상회담 전망이 매우 밝다는 것인가.

“그렇다. 이번에 폼페이오가 김정은을 만났을 때 김정은은 ‘내가 만나 본 사람 중에서 이렇게 화끈하게 죽이 맞는 사람은 처음이다.’고 했다. 트럼프도 ‘김정은 존경한다. 아주 잘 되어 간다. 좋은 진전이다.’ 극찬하고 있지 않나. 존 볼턴도 매파 중의 매파지만 협상에 적극적이다. 결국 자기들이 협상하고 결정해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려놓을 텐데 스스로 망치는 일은 하지 않을 거다.”

_김 위원장이 요즘 하는 걸 보면 놀랍다. 작년까지는 주로 군사문제만 얘기했는데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외교 무대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수준보다 두 세 단계를 앞서나간다. 그의 역량이나 됨됨이를 어떻게 보는가.

“두 가지로 본다. 김 위원장 자신이 군사종합대학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비행기도 직접 조종하고 IT(정보통신)에도 밝다. 스위스에서 학교를 다녀 21세기의 흐름을 잘 알고 있다. 두 번째는 ‘미국이 뭐라 하더라도 나는 핵 보유국가의 최고지도자다’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과 김정은 부자를 함께 만나본 몇 사람 안 되는 사람으로서 보니 김 위원장은 자기 아버지의 판박이다. 통 크고 화통하다. 그리고 유머러스하고. 좌중을 끌어안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판단도 빠르다. 그런데 아버지보다도 연설을 더 잘한다.”

_이번 판문점 선언에 대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야당은 ‘위장 평화 쇼’라고 아주 박하게 얘기한다.

“지난번 청와대 원로자문회의에 참석했을 때 문 대통령에게 홍준표 대표를 만나라고 건의했다. 6ㆍ15정상회담 후 우리는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브리핑 하겠다고 했고,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해 이회창 총재 방북 초청장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 총재가 다 거절했다. 그래 놓고 독점했다, 야당과 소통하지 않았다고 얼마나 비난했나. 그래서 나는 홍 대표가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요구했을 때 만나서 설득하라고 건의했다. 만나서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국민통합의 길이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의 길이다.”

보수적인 국민 가운데는 한반도 정세 급진전에 대해 불안해 하는 분위기가 있다. 야당 대표가 이들의 정서를 대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도가 지나친다.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으면 그 정신을 살려 방해하지 말아야지. 현실적으로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하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나오겠나. 한반도 비핵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 전 세계가 찬성하고 지지하는데 두 정당만 삐딱한 소리를 한다. 화성에서 온 외계인인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과거에 이런 잘못이 있었으니 유념하라는 충고는 할 수 있지만 막말로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6ㆍ15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실무 주역 박지원 의원은 "일부러 의원회관 615호를 골랐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6ㆍ15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실무 주역 박지원 의원은 "일부러 의원회관 615호를 골랐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_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의 발언 때문에 시끄럽다. 주한미군 문제는 6ㆍ15 때도 논했던 쟁점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미리 말해 초점을 흐릴 이유가 무엇인가. 6ㆍ15 정상회담 때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 일본,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우리 영토를 병탄했기 때문에 못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우리 영토나 또 다른 나라도 병탄한 적이 없기 때문에 통일이 되더라도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동북아 세력 균형을 위해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미군 철수를 주장하냐고 물으니 김 위원장이 웃으면서 국내 정치의 문제라고 했다. 이번에 주한미군 문제가 안 나오길래 자기 아버지의 유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구나 생각했다.”

_그 동안 진행 상황에 대해 늘 페이스북을 통해 논평을 하시는데 흐름을 잘 읽은 논평이 많았다.

“제가 거의 다 맞췄다. 작년 11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 연설을 했는데 바로 그 후인 11월 13일 강연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거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예술단이 평양에 가 있을 때 정치적 일정 때문에 오늘 관람한다고 했을 때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러 미국의 주요한 인사가 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논평했다. 그때 폼페이오가 가 있지 않았나. 그리고 이 협상을 이끄는 건 폼페이오, 김영철, 서훈이라고 얘기했는데 들어맞았다.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지목했는데 이것까지 맞추면 정말 다 맞추는 거다.”

야당과 미국 일각에서 중요시하는 게 북한 인권문제다. 예전 DJ정부나 참여정부 시절에는 북한 인권문제를 적극 제기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지금 인권문제를 앞세우면 오히려 인권 신장이 지연되는 역효과가 있다고 보는 듯했다. 지금은 핵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인권은 기본적 인권과 사회적 인권이 있다. 북한은 기본적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나라다.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려있다. 밥은 먹어야 살고 병이 나면 고쳐 줘야 하지 않은가. 우리나라야말로 북한 인권 개선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나라다. 배고픔이 해결되고 병이 나아야 사회적 인권을 해결할 수 있다. 집회, 거주이전, 언론 자유, 민주주의 정치 등이 그거다. 인권 문제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누구든지 제기를 할 수 있지만 거기에 얽매이면 안 된다.”

_문 대통령이 공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있다. 특별히 문 대통령에게 주문할 게 있다면

“문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신나는 거다. 지금처럼 해야 한다. 미국을 대신해 대리운전을 하지 말고 자기 공명심에 과속운전도 해선 안 된다. 지금처럼 겸손하게 안전운전 해야 한다. 그리고 트럼프의 기를 세워줘야 한다. 우리 국민은 트럼프의 입을 향해 기도해야 한다. 김정은은 할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인터뷰= 이계성 논설고문 wkslee@hankookilbo.com

정리= 변한나(논설위원실)

[박지원 의원은]

뉴욕 한인회장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인연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타고난 부지런함에 누구보다 DJ의 심중을 잘 헤아려 동교동계 측근을 능가하는 핵심 인사가 됐다. 김대중 정부에서 공보수석, 문화관광부장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다. 문화관광부장관 재임 시 북측과 비밀접촉을 통해 6·15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대북송금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으로 목포에서 출마해 당선됐지만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발해 탈당, 민주평화당 창당을 주도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 중에 자신처럼 감옥에 갔다 와서 다시 정치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내가 정치하는 목표와 목적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이념을 계승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만 그것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계성 논설고문

대북송금사건과 햇볕정책 평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얘기 중인 박지원(왼쪽)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6•15정상회담 두 달쯤 뒤인 2000년 8월 주요 언론사 사장단과 함께 방북 했을 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얘기 중인 박지원(왼쪽)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6•15정상회담 두 달쯤 뒤인 2000년 8월 주요 언론사 사장단과 함께 방북 했을 때다.

6·15 남북정상회담은 5억 달러 대북 송금 논란과 노벨평화상 로비 논란으로 적잖이 얼룩이 졌다. 지금도 정상회담 대가로 많은 돈을 지불했고, 그 돈과 햇볕정책이 핵과 미사일로 돌아왔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_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DJ가 6ㆍ15정상회담은 노벨평화상을 타기 위한 것이었고, 북한에 너무 많이 퍼 주었다고 얘기한다. 로비 논란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노벨 평화상을 주면 노벨 평화상이겠나. 상을 줄 때 업적을 평가하고 개인의 모든 것을 보아서 주는 거다. 험담에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나쁘게 생각한다. 군나르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노벨 평화상 로비를 많이 받아 봤지만 대한민국처럼 주지 말라고 로비를 하는 건 처음이다.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라고 말했다.

_대북송금사건의 실체는 무엇인가.

“현대가 5억 달러에 북한과 7개 사업을 독점 계약했다. 엊그제 언론보도를 보니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현대아산에서 7개 사업을 (독점권이 있는 만큼) 주도하겠다고 주장하더라.

_당초 북한이 30억 달러를 요구했지만 깎고 깎아 5억 달러로 협상한 걸로 알고 있는데.

“당시 비슷한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 북측과 상하이 접촉 때 돈 얘기가 있었는데(박 의원은 당시 북한의 송호경과 비밀채널을 유지하고 싱가포르,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 접촉했다.) 우리는 안 된다고 잘랐다. 베이징에 와서는 5억 달러를 말하길래 한 푼도 안 된다고 버텼다. 그러고 돌아왔는데 현대아산이 접촉을 해 7개 사업 독점 계약을 하고 그 돈을 송금하는데, 5,000만 달러는 정주영 체육관 자재 값으로 선불을 했고, 4억5,000만 달러는 산업은행 등에서 대출도 받고 해서 국정원 계좌를 통해 마카오로 보냈다. 이 과정이 불법이었다. 그래서 문제가 된 거다. 외환관리법 위반이 되었는데 나는 그걸 몰랐고 그와 관련이 없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환송만찬에 참석한 박 의원(사진 뒷줄 맨 오른쪽).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환송만찬에 참석한 박 의원(사진 뒷줄 맨 오른쪽).

6ㆍ15정상회담 추진 과정은 DJ보다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이니셔티브가 아닌가 여길 만한 대목이 있다. 해외건설 불황으로 돌파구가 필요했던 정 명예회장이 재일교포를 통해 북측과 먼저 접촉, 구도를 잡은 뒤 DJ를 끌어들인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현대 측의 주도적 역할은 인정했다. 요시다라는 재일교포의 역할을 알고 있었고 만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성사가 가능하다고 확신한 것은 다른 루트를 통해서라고 밝혔다. 어쨌든 DJ가 노벨평화상 타려고 정상회담을 추진했다는 주장은 당시 상황에 비춰 설득력이 없다.

_DJ햇볕정책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이다. 나는 햇볕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좌절이라고 본다. 남북교류협력과 북일, 북미 수교를 통한 체제안전보장이라는 두 기둥 가운데 후자가 충족되지 않아 좌절된 것 아닌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안 퍼줬을 땐 무엇으로 핵실험을 했나. 우리가 6ㆍ25 때 밀가루와 우유를 받아 먹었지, 그걸로 비행기를 만들었나, 무기를 만들었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7ㆍ4 남북공동선언, 노태우 대통령 시기의 남북기본합의서 등 보수 정부도 DJ정부 못지 않은 햇볕정책을 폈다. 보수 야당은 왜 자신들의 좋은 역사를 부정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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