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인권 유린 실태 고발
하원은 결의안 상정 등 공세
북미 정상회담 협상력 높이고
北 변화시키기 장기포석 분석도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가장 꺼려하는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북한이 장기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송환 카드를 회담 전에 제시하며 성의 표시에 나섰지만, 미국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대북 인권압박이 북미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일 뿐만 아니라 북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장기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2일(현지시간) ‘북한 자유 주간’을 맞아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고, 책임자 규명과 처벌 의지를 피력한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 자유주간은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북한인권 및 탈북자 단체들이 공동주최하는 연례행사로, 보통 4월 말 한 주간 워싱턴 또는 한국에서 번갈아 열린다. 민간 단체 행사에 미 국무부가 성명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한 정권에 대해 “가장 탄압적이고 폭력적이다”고 규정한 뒤, “지난 60년 넘게 북한 주민들은 기본적 자유를 전면적으로 부정당해 왔고, 탈출을 시도하다 잡히면 고문을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등 지독한 인권 침해를 겪어 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최대 압박 작전을 펼쳐 가는 동시에 (북한 인권 유린에) 책임 있는 자들의 책임을 지속해서 물어나가겠다”고도 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방한 당시,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청년 오토 웜비어 부모와 함께 탈북자들을 만났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나는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더 나은 삶을 찾아 이 억압적 정권을 탈출한 탈북자들과의 가슴 뭉클했던 만남, 그리고 오토 웜비어의 자랑스러운 가족과의 시간을 기억한다”는 트위터를 올리며 가세했다.
미국에선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북한 인권 문제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다. 1일 브랜던 보일 민주당 하원 의원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했다. 앞서 미 상원 의회는 북한 내부로 정보 유입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추가된 북한인권법 연장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화답하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억류 미국인 송환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다루겠다고 공언하는 등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인권 문제가 이번 북미 협상 판을 뒤흔들 정도의 파급력은 갖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미국은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모든 패를 꺼내 들고 배수진을 친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뿐 아니라 인권문제까지 요구해 북한의 협상력을 분산시키겠다는 협상 전략이란 얘기다. 북한 역시 이를 빌미로 판을 깰 가능성은 낮다.
미국이 인권 카드를 일회성 요구가 아닌 장기 조건으로 연계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비핵화 합의 이후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인권 개선 문제와 연관시키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역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인권 지수가 실제 개선됐을 때, 미국을 포함한 국제기구의 기금이 지원됐던 전례가 있다. 김 교수는 “근본적인 체제 변화 없이는 경제 지원은 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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