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여러 명에 존엄사 판단받고
작은 병원서 윤리위 설치 쉽지 않아
대북제재 탓 北 직접 지원 어렵지만
WHO 통한 우회 지원 늘리겠다”
의료사고 때 환자 불리한 위치
소송 수행 돕는 방안도 검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과 관련해 “의료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어서 의료현실에 맞게 조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시 환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개선책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에 대한 직접 지원은 당장 어렵지만,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지원은 늘려가겠다는 뜻도 공식화했다.
박 장관은 지난 1일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존엄사에 이르기까지)여러 명의 전문의 판단을 받아야 하고, 작은 병원이 윤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은 등 현행법에 의료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며 “국회가 조속히 법 개정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국회 대응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정부도 법 개정에 필요한 부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난 2월 시행된 존엄사법은 복잡한 절차 탓에 저변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의료계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의료사고 발생 시 정보 비대칭 탓에 환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내놓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의료분쟁을 심사하는 위원 중 비의료인 비중을 높이고, 정부나 유관기관이 환자의 소송 수행을 돕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재원 내 감정위원과 조정위원의 대다수는 의료인과 법조인으로 소비자대표 비중은 미미하다.
오는 7월 발표되는 제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서 기금 고갈 시점이 다소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과 관련, 그는 “현 정부 내에서 보험료율 인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다만, “정부가 먼저 보험료율을 올리자고 나서기는 어려우니 학계나 국회 등에서 먼저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판문점 선언’으로 무르익고 있는 대북 지원과 관련, 박 장관은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보건의료 지원은 끊겼지만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한 우회적인 약품 지원은 최근까지도 이어왔다”며 “WHO를 통한 지원은 늘려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대북 제재가 완화되는대로 결핵 치료와 모자(母子)보건 분야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박 장관은 외국인들의 건강보험 이용으로 인한 ‘무임승차’ 논란에 대해서는 “이용자 대부분이 우리 동포이며 법정 본인부담금도 내고 있다”며 관용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조만간 내놓을 외국인 건강보험 이용 개선대책에 가입 조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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