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담판’ 북미회담 앞두고
민감한 안보이슈 꺼내 보수 반발
‘과감한 안보 인식’ 수차례 논쟁
“주한미군, 평화협정과 상관 없어”
文대통령, 논란 우려에 조기 진화
김종대 “평화협정 땐 주적 사라져
그 이후 주한미군 재검토” 엄호
청와대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 거듭 경고 카드를 꺼내 들면서 여권 내부에서 ‘문정인 리스크’가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문 특보가 개혁적인 주장으로 청와대 대북ㆍ대미 정책의 폭을 넓히고 있지만 때로 급진적 발언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유지에 위협이 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라며 “평화협정 체결과 아무 상관 없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어 문 특보에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 달라”고 우려의 뜻을 전했다.
문 특보는 지난달 30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비핵화가 성사될 경우 주한미군 감축ㆍ철수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문 특보는“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려면 한국의 보수진영이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큰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특보의 주장이 현실 적합성이 떨어지거나 미국 보수 진영 목소리와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지난달 27일 남ㆍ북ㆍ미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평화협정 이후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해 “아마도 그것은 먼저 동맹과의 협상에서, 물론 북한과의 협상에서 우리가 논의할 이슈의 일부”라고 말했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가 먼저 남남갈등의 단골 소재였던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꺼내든 것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청와대가 이날 문 특보에게 ‘공개 경고’ 카드를 꺼내든 것도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안보에 민감한 보수진영의 반발을 일으키는 게 부담스럽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관계자가 “정부 입장은 군사 대국인 중국과 일본 등이 공존하는 동북아에서 중재자로 역할을 하는 데에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특보는 이전에도 과감한 대북 구상과 안보 인식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면서 논란의 경계선을 오갔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 강연에선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거론했고,이는 나중에 현실화됐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배치를 재검토 할 수 있다”고 말한 후 청와대가 실제로 사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면서 사드 배치가 연기됐다. 보수진영이 문 특보의 주장에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고 공격하는 이유다. 또 지난해 6월 북한이 핵ㆍ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청와대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문 특보와 문 대통령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도 있다. 지난해 9월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국회에서 문 특보를 향해 “학자 입장에서 떠들고 있다”“개탄스럽다”고 비난했다가 청와대로부터 ‘엄중 주의’조치를 받았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의 통일ㆍ외교 정책 전반을 설계했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문 특보가 남북ㆍ한미 관계에 대해 개혁적인 의견을 밝히며 문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문 특보와 함께 한미 전문가 포럼 참석차 미국을 찾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적으로서 북한은 사라지는 것”이라며 “주한미군의 미래는 그 이후 상황에 맞게 재검토하면 된다”고 엄호했다.
반면 청와대가이제는 ‘문정인 리스크’를 조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이르면 9월 유엔 총회에서 공식적인 남북 평화선언이 추진될 수도 있다”고 한 전망도 한미 간 조율 없이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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