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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스타워즈’ 속 제다이와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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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스타워즈’ 속 제다이와 불교

입력
2018.05.02 18: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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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계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하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질문을 바꿔 가장 큰 획을 그은 작품을 묻는다면 ‘스타워즈’ 시리즈가 아닐까?

‘스타워즈’는 1977년 ‘새로운 희망’이 개봉된 이후, ‘제국의 역습’(1980년) ‘제다이의 귀환’(1983년) ‘보이지 않는 위험’(1999년) ‘클론의 습격’(2002년) ‘시스의 복수’(2005년) ‘깨어난 포스’(2015년), 그리고 2017년 12월에 개봉된 ‘라스트 제다이’(2017년)까지 세대를 넘어서며 8편이나 제작됐다. 2019년에는 9편이 개봉될 예정이니, 실로 장대한 여정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2005년 이후 ‘스타워즈’의 감독은 조지 루카스에서 J. J. 에이브럼스(2015)로, 그리고 다시금 라이언 존슨(2017)으로 넘어갔다. 즉 바통터치를 하면서까지 제작되는 대장정의 영화인 셈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매 편이 개봉될 때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 왔다. 때문에 영화의 범주를 넘어, 드라마와 게임 그리고 디즈니 판권과 같은 다양한 가치들로 천문학적인 수입을 창출했다. 덕분에 조지 루카스는 다양한 흥행 스펙트럼을 갖춘 스필버그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자산을 가진 감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스타워즈’의 세대를 뛰어넘는 흥행 열풍에는 우주전쟁이라는 거대한 스케일의 최첨단 볼거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의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첨단과학이 아닌 매력적인 수행자 집단, 즉 제다이다. ‘스타워즈’에는 ‘과학’과 ‘수행자’라는 언밸런스가 묘한 밸런스를 이루며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다이 속에는 불교적인 요소들이 다수 녹아 있어 주목된다. 조지 루카스가 불교를 표방한 인물이며, 제다이가 독신의 금욕수행자 집단이라는 점은 불교와 쉽게 연결되는 측면이다. 실제로 알렉산더 베르진에 따르면, 제다이의 스승인 요다의 모델은 조지 루카스가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만난 티베트의 고승 텐자브 세르콩이었다고 한다.

조지 루카스가 다람살라를 방문한 시기는 1979년이며, 요다가 등장하는 것은 1980년 작품인 ‘제국의 역습’부터이다. 양자 사이에는 나름의 흥미로운 타당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요다의 머리카락이 부실하게 묘사되는 설정은 승려의 삭발 전통과 관련된 것일까? 곱씹어 생각해 보면 무척 재미있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제다이라는 명칭과 관련해서도 이것이 ‘제드’라는 전사(戰士) 계급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주장과 함께, 붓다에게 사원을 기증한 사위국의 태자 ‘제타(Jeta)’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제타는 동아시아에서는 기타(祇陀)로 번역되는 인물로, ‘전쟁의 승리’를 의미한다. 이 역시 나름 맞춤한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제드든 제타든 간에 제다이는 ‘포스’라는 기의 흐름과 같은 것을 터득해 광선검으로 레이저를 막는 화려한 불가능을 펼쳐 낸다. 영화에서 제다이가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불가능을 명상과 수행의 힘으로 터득하기 때문이다. 이는 과학을 넘어서는 인간의 의지, 또는 인간을 넘어서는 초인에 대한 추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포스가 편재되어 있는 에너지의 흐름이며, 이것을 각성함으로써 제다이는 깨어난다. 이는 수행을 통해서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남을 목적으로 삼는 불교와 닮아 있다. 제다이는 과학에 매몰되는 상태 속에서도 인간의 위대성을 재천명한다. 인간의 위대성에 대한 본질적인 자각. 이것을 주장하는 것이 바로 불교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제다이라는 수행문화 속에는 불교의 진면목이 농도 짙게 녹아 있는 셈이다. 인간소외가 강조되는 4차 산업의 그늘 속에서, 제다이는 우리에게 행복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듯하다.

자현 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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