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장관 오자 국무부 활기 찾아
틸러슨 색깔 지우고 발빠른 인사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국 국무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취임 일성으로 북핵 협상과 관련해 “나쁜 합의는 선택지가 아니다”고 완전한 비핵화 해결에 의지를 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제는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때”라며 “트럼프 정부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 역사의 진로를 바꿀 전례 없는 기회를 잡았다”면서도 “그러한 작업의 시작 단계에 있고 결과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북한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의 폐기에 전념하고 있고, 지체 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무부 청사를 찾아, 폼페이오 장관의 취임 선서를 지켜보고 축하 연설을 하는 등 힘을 실어줬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국무부 첫 출근 기념 약식 연설에서 직원들을 향해 ‘위풍당당함 되찾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국무부 사기 진작에 진력했다. 전임 렉스 틸러슨 장관 시절 예산 삭감 및 인력 유출로 국무부가 위축돼 있는 점을 의식한 듯한 모습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의 외교관은 세계 어느 곳에도 필요하고, 미국을 대표해 임수를 수행할 때도 필요합니다. 이를 이끌고 돕는 게 내 사명입니다”고 하자 수백 명의 국무부 직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그는 이어 사무실에만 앉아있지 않을 것이며 각국의 미국 외교관을 만나는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틸러슨 전 장관이 핵심 측근들만 만나고 직업외교관들을 홀대했다는 비판을 의식하면서 ‘틸러슨 색깔 지우기’에도 선 셈이다.
실세 장관은 발빠른 인사로 조직 장악에도 나섰다. 공석인 고위직 자리를 대통령 신임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메울 태세다. 현재 국무부 고위직 10개 중 8곳이 공석이고, 차관보 자리도 절반 정도 비어있다. 틸러슨 전 장관과 백악관의 불화 때문이었는데, 폼페이오 장관이 부임하면서 인사 진행속도가 급속히 속도를 내고 있다.
박수갈채를 받으며 취임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국무부가 당면한 과제는 어느 하나 만만한 구석이 없다. 이란 핵협상 재협상 시한(12일)이 임박했고, 주 이스라엘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사우디 등 친미 수니파 아랍국가들과 미군의 전략적 요충국가인 카타르와의 갈등, 그리고 동북아 질서의 변곡점이 될 북미 정상회담이 기다리고 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군비통제와 국제안보책임자로 앤드레아 톰슨, 검증과 이행 담당자로 일림 포블렛 등을 지명했다. 특히 북핵 비핵화 관련 주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포블렛 지명자는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10년 이상 활동했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 쿠바 화해 정책, 이란 핵 협상 등을 강력하게 반대해 온 공화당 매파다. 북미 정상회담 후속작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북핵 검증 실무작업을 깐깐하게 진행하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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