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목록 제출 놓고 신경전
포탈사이트 뉴스 댓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드루킹(필명)’ 김동원(49)씨가 첫 재판에서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 목록 제출을 미루며 재판 진행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김씨는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장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묻자 “네 인정합니다”라고 답했다. 김씨와 함께 기소된 공범 우모(32), 양모(35)씨 역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드루킹 일당의 이 같은 대응은 혐의를 자백하고 최대한 빨리 석방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댓글조작으로 네이버 업무를 방해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가 인정되더라도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법리 다툼을 벌이지 않고 재판을 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검찰 측은 반대로 재판을 늦춰달라 요구했다. 검찰은 “경찰에서 압수한 물품들에 대한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며 “다음 재판을 한 달 뒤로 미뤄 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공범에 대해 구속 수사 중이고, 범행 동기도 계속 수사해 추후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담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드루킹 일당의 추가 여론 조작 정황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여 여부 등에 대한 보강 수사 기간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매크로가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에 대해 좀 더 조사해 봐야 하는 데다 김씨 진술이 번복되고 앞뒤 안 맞는 것도 있어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씨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기소된 지 2주가 넘었는데 증거목록을 제출하지 못한 배경에 의구심이 든다”라며 “증거 동의만 하면 바로 재판이 끝날 수도 있었는데 검찰이 재판 지연을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증거목록 등을 신속히 준비할 것을 요청하면서 “피고인이 자백하는데 증거목록 제출이 늦어져 재판이 지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음 기일을 2주 후인 16일에 열겠다고 밝혔다. 일단 드루킹 측 손을 들어준 셈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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