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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기숙학교 만행 사과하라” 캐나다 의회, 교황에 공식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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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기숙학교 만행 사과하라” 캐나다 의회, 교황에 공식 요구

입력
2018.05.02 17: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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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년간 원주민 아동 15만명

가톨릭 학교에 강제로 보내져

학대•영양실조로 고통 받아

진실화해위 “문화적 집단 학살”

트뤼도 총리 “캐나다 국민들

오랫동안 사과 기다려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일 로마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일 로마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캐나다 의회는 가톨릭 교회 운영 기숙학교가 캐나다 원주민들에게 자행한 만행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세속 권력인 한 국가의 입법 기관이 영적 권력인 교황을 상대로 이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날 캐나다 하원은 진보 성향의 신민주당 찰리 앵거스 의원이 발의한 교황에 대한 원주민 기숙학교 사과 요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96표, 반대 10표로 가결했다. 결의안에는 교황이 캐나다를 방문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가톨릭 교회가 원주민 기숙학교 운영과 관련한 문서를 제출할 것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압도적 표차로 결의안이 통과되자 앵거스 의원은 “오늘은 희망적인 날인 동시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진정한 치유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교황을 초청하는 것을 넘어 원주민들에게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바티칸 방문 당시 교황을 만나 사과를 요청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 국민들은 교회의 사과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원주민 기숙학교 문제는 캐나다 역사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 중 하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년 간 조사를 벌여 온 진실화해위원회는 2015년 보고서를 내고 이 사건을 ‘문화적 집단학살’로 규정하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약 15만명의 원주민 아동이 1880년부터 1996년 사이 강제로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기숙학교로 보내졌으며, 이 중 상당수가 신체적ㆍ성적 학대와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했다. 뉴욕타임스는 “가톨릭 학교의 몇몇 성직자와 수녀들은 전기 의자로 학생들에게 고문을 한 사건 등에 연루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원주민 아동들은 학교에서 원주민 고유의 언어와 문화도 금지 당했다.

이는 100여년 간 이어져 온 캐나다 정부의 원주민 백인 사회 동화정책과 연관이 깊다. 2008년 스티븐 하퍼 당시 캐나다 총리는 과거 캐나다 정부가 지역 교회 기숙학교를 통해 퍼스트네이션(유럽인들이 북미 대륙에 들어오기 전부터 캐나다 지역에 살았던 이들), 메티스(원주민ㆍ유럽인 혼혈), 이누이트족 소속 어린이들을 강제로 본래 가정에서 분리,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단절시키는 고통을 받게 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캐나다 주교회의는 교황이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발표, 지역사회의 반발을 불렀다. 과거 이미 유감을 표시한 적이 있고, 교황청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주교회의 측은 “교황이 주교들에게 원주민들과 연대하면서 화해와 치유를 위한 일에 적극 참여할 것을 강조해왔다”면서도 “1991년 원주민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발표했었고, 원주민 기숙 학교 운영에 교황청이 개입하지 않았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일부 주교들은 “교황의 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특정 기관의 지시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며 사과를 거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물론 주교회의 발표에 반발하는 사제도 있다. 문제가 됐던 기숙학교들이 대거 있는 캐나다 서부와 북부 지역의 주교들은 직접 사과를 촉구했다. 서스캐처원주 사스카툰의 마크 헤게몬 주교는 성명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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