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스캔들에 개헌동력 확보 어려워
아베도 “일정 정해지지 않았다” 숨고르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구상과 달리 ‘아베 정권 내 개헌’을 반대하는 일본 국민 여론이 과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학스캔들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과 재무성 사무차관의 성희롱 논란 등 악재가 끊이지 않는 데다 아베 총리도 이를 방어하는 데 바쁜 상황에서 개헌에 대한 동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이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아베 정권 하에서의 개헌을 찬성한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지난해 조사에 비해 8%포인트 낮은 수치다. 반면 ‘개헌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8%로 전년 대비 8%포인트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일본의 ‘헌법기념일’(3일)을 앞두고 지난 3~4월에 걸쳐 진행됐다.
현행 일본 헌법은 1946년 11월3일 공포돼 1947년 5월3일 시행됐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미 군정 당시 연합군총사령부 주도로 만들어진 일본 헌법은 군대 보유를 금지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서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그러나 재임 시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 총리는 일본 헌법 9조에 자위대의 보유 근거를 명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제시했고, ‘연내 개헌안 발의ㆍ2020년 개헌’이란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 조항을 두는 것을 반대하는 응답이 53%로, 찬성(39%)을 크게 웃돌았다. 현 시점에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도 ‘필요 없다’는 응답이 49%로, ‘필요하다’(44%)는 응답보다 다소 많았다.
개헌 논의에 국민적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질문에 ‘높아지고 있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고, ‘높아지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71%이었다. 개헌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사실은 아베 총리가 우선적으로 시행하길 바라는 정책에 대한 답변(복수 응답)에서도 드러난다. 시급한 정책과 관련, 개헌을 꼽은 응답은 11%에 그쳐 경기ㆍ고용(60%), 고령자를 위한 사회복지(56%), 교육ㆍ육아지원(50%) 등 9개의 정책 중 최하위였다.
지지율 하락세에 놓인 아베 총리도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요르단 암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헌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우선 확실하게 논의를 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민당 내 개헌에 적극적인 의원들도 최근 아베 총리에게 “지금은 개헌보다 모리토모(森友)ㆍ가케이(加計) 학원 의혹의 진상 규명에 주력하고 총재 3선 환경을 만드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뿐만 아니라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앞서 ‘포스트 아베’ 주자들이 개헌에 신중한 입장이고, 개헌에 부정적인 야당과는 국회 일정 협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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