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ㆍ보좌진 전수조사 결과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의사당내 회의실, 밤늦은 의원회관의 밀실 모두 성폭력의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가해자에는 국회의원도 포함됐다. 국회에서 성희롱, 성폭행 등 성폭력을 직접 경험했거나 주변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례가 수백 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투(#Me Too) 운동 이후 국회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2일 공개한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목격하거나 들어본 성폭력 범죄(복수 응답)는 성희롱이 338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벼운 성추행(291명), 심한 성추행(146명), 스토킹(110명), 음란전화ㆍ문자ㆍ메일(106명), 강간미수(52명), 강간 및 유사강간(50명) 순이었다. 국회 내 성폭력 실상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본인이 직접 피해를 입은 성폭력의 경우 성희롱이 99명, 가벼운 성추행 61명, 음란전화ㆍ문자ㆍ메일 19명, 심한 성추행 13명, 스토킹 10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간 및 유사강간(2명), 강간미수(1명)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반면 성폭력 피해를 알리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응답자는 86명(여성 85명)에 불과했다.
국회는 지난달 3~5일 설문지를 통한 무기명 기입방식으로 조사해 958부(응답률 52.7%)의 회신을 받았다. 응답자 가운데 여성은 7급 이하, 남성은 6급 이상이 다수였다. 가해자는 주로 6급 이상으로 파악됐다. 응답자의 71%는 지난 3년 간 국회에서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국회 윤리특위는 “국회 내 성폭력이 주로 상급자에 의한 위계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사가 익명으로 진행돼 가해자로 지목된 국회의원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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