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과 상생 협의 안 이뤄져
개점 일시 연기 권고했는데 무시”
정부 상생법 근거 개점 정지 명령
불이행 땐 5000만원 과태료 방침
“사업 초기 상생 합의했는데…”
유통업계, 추가 규제에 반발
정부가 지난달 27일 문을 연 롯데몰 군산점에 대해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을 근거로 ‘사업개시 일시 정지’ 이행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상생법의 ‘이중 규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설 때마다 유통업계와 소상공인이 상생법 적용을 두고 충돌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 등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1일 개점 일시 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점포를 연 롯데몰 군산점에 대해 “상생법에 따라 사업개시 일시 정지 명령을 하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개점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롯데몰 군산점이 지역 의류업계 소상공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소상공인과 상생 합의안을 도출할 때까지 개점을 일시 연기하라”고 롯데 측에 권고했다. 하지만 롯데는 “개점을 연기하면 채용된 직원과 협력사 등의 피해가 너무 크다”며 점포를 열었다.
지역상인과 롯데 갈등의 핵심은 쇼핑몰 인근에 있는 군산시 중앙로 ‘영동 패션거리’ 상권 활성화 방안이다. 지역상인들은 쇼핑몰 영업으로 피해를 보게 될 패션거리 상권 활성화를 위해 롯데가 26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판매시설 개ㆍ보수, 정기적인 문화행사 개최 등을 지원하기를 바라고 있다. 롯데 측도 상생펀드 조성에는 동의했지만 지역 상인이 원하는 출연금 규모가 너무 크다는 입장이다.
중기부는 이번 달에 롯데와 소상공인 등 이해 당사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사업조정심의회’를 진행하는 등 합의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점포 개점 연기 권고를 무시한 롯데에 ‘사업개시 일시 정지 명령’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롯데가 심의회에서 결정된 사업조정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상생법 적용이 ‘이중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업 시작 단계에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한 상생방안을 마련했는데 상생법을 적용해 또다시 지역 상인과 추가 사업조정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2016년 지역 소상공인과 협의를 통해 20억원을 출연해 1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군산 소상공인협동조합은 사업초기 상생 합의를 했음에도 또다시 사업조정 신청을 내 별도의 상생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소상공인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지역 상권 전체 상생을 위한 법안이라면 상생법은 지역 특정 소상공인의 사업권 침해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상생법이 없다면 영동 패션거리처럼 대형 쇼핑몰 입점으로 큰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들을 구제할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은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 중복 적용으로 유통업계와 지역 소상공인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며 법 개정 등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외국계 대형할인매장 코스트코가 인천 송도점 매장 오픈을 연기해 달라는 중기부 권고를 무시하고 개점을 강행해 정부 및 지역상인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행 상생법은 대형점포에 입점해 있거나 물건을 납품하는 소상공인의 사업권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며 “대형 점포 납품 소상공인도 안심하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상생방안 합의를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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