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복판에 술취해 쓰러진 40대 남성을 구조하다 되려 폭행당한 119 여성 구급대원이 구토와 어지럼증에 시달리다 끝내 숨졌다.
1일 전북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익산소방서는 지난달 2일 오후 1시20분쯤 익산시 평화동 익산역 앞 도로에서 윤모(48)씨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119구급차로 옮겨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던 윤씨는 갑자기 욕설을 하며 자신을 구조한 구급대원 A(33)씨를 폭행했다. 이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뒤에도 윤씨는 구급차량에서 내려 또 다시 구급대원 B(51ㆍ여)씨의 머리를 주먹으로 수차례 내리쳤다.
이 사건 이후 B씨는 심한 어지럼증을 동반한 구토 증세가 나타나 정밀 검진을 받기로 했으나 지난달 24일 갑자기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1일 오전 5시9분쯤 숨을 거뒀다.
B씨는 1999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19년간 근무했다. 사건 당시에도 주취자 구조를 위해 전력을 다했던 B씨는 오히려 폭행당해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전북소방본부는 B씨를 1계급 특별승진을 추진하기로 했다.
익산소방서는 윤씨를 소방기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폭행과 사망 연관성, 폭행치사 등 혐의 적용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익산=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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