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감생심’ 지적도 적지 않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한껏 부상하고 있다. 열혈 지지자뿐 아니라 미국 유력 언론들도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전제로 진지하게 그 가능성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이루는 데 실제적으로 기여한 게 없고, 여성 인종 차별 발언들을 일삼아 왔다는 점에서 자격 미달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기대감은 제일 먼저 도박사들 사이에서 증폭되고 있다. 영국의 유력 도박업체 래드브록스와 코랄은 1일(현지시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동수상이 가장 유력하다고 봤지만, 트럼프 대통령 단독 수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 유력 언론들도 우호적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야 한다”는 문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의 압박 정책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해빙 정세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인 셈이다. NYT는 또 한국에서 트럼프 대통령 이미지가 ‘미치광이 전쟁광(a war maniac)’에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리더로 개선되고 있다고도 했다. NYT는 그러나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지적하며 김 위원장의 노벨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물론 ‘언감생심’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30일 미 ABC방송 ‘Q&A’에 출연한 언론인 패널들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 과대포장 됐고, 최종적으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러시아계 미국 언론인 마샤 게센은 “트럼프가 올려온 모욕적 트위터 발언들이 우리 세상의 실질적 정책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는가, 얼마나 바보 같은 대화였나”고 반문했다. NBC 방송의 케이티 터는 1993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 협정 체결 덕분에 양국 수반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이듬해 2차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민중봉기)가 일어났고 지금까지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공을 추켜 세우기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이었던 워싱턴포스트(WP)조차 ‘구체적 성과가 없더라도 처음으로 던지는 정치적 화두나 노력을 높이 평가 받아 노벨상을 수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구체적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해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북 송금 논란에도 남북 정상회담을 처음 개최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고 소개했다. WP는 “당시 정치 상황과 시대적 요구가 실질적 업적보다 앞설 수 있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사실 자체도 그렇고, 더 예상 밖의 일들도 일어났다”고 호의적 태도를 보였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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