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ㆍ법인자금 위주
판매액 1조4000억…73% 차지
공모펀드 인센티브 등 대책 추진
코스닥벤처펀드가 출시 한 달 만에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모았지만 일반인의 소액 투자가 가능한 공모펀드 대신 고액 자산가 중심의 사모펀드 위주로 운용돼 ‘국민펀드 육성’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공ㆍ사모 펀드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펀드 핵심 자산인 공모주가 공모펀드에 더 많이 배정되도록 하는 등 사모펀드에 유리한 현행 규정을 개선하기로 했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스닥벤처펀드는 지난달 26일까지 68개 운용사가 148개 펀드를 출시해 1조9,469억원을 모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5일 출시된 이 펀드는 모험자본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펀드 총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 해제 7년 이내의 코스닥 중소ㆍ중견기업에 투자하되, 코스닥에 신규 상장하는 공모주식 중 30%를 우선 배정 받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제도 도입 당시 코스닥벤처펀드 공모펀드를 활성화해 일반 국민에게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현재 공모펀드 판매액은 전체 판매액의 30%에 못 미치는 5,236억원인 반면, 사모펀드 판매액은 공모펀드 3배 규모인 1조4,233억원(전체의 73%)이다. 상품 수 역시 사모펀드가 141개로, 공모펀드 7개를 압도한다.
고액 자산가나 기업 자금을 위주로 운용하는 사모펀드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코스닥벤처펀드 도입 취지도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는 상품당 평균 판매액이 101억원 규모인데, 사모펀드는 투자자를 최대 49명까지 모집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2억원을 넘는다. 사모펀드로 2,046억원을 모은 T사의 경우엔 판매금액의 3분의 1인 660억원을 일반 법인(507억원), 금융회사(153억원)로부터 유치하는 등 기관투자자 비중도 높다.
이러한 사모펀드 편중의 요인으로 코스닥벤처펀드 자산 15% 이상을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포함한 벤처기업 신주에 투자하도록 한 현행 규정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공모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받은 경우에만 CB와 BW를 편입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초기 벤처기업들은 수수료 부담 때문에 신용등급을 받길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무등급 CB 및 BW 편입이 허용된 사모펀드 위주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드닥벤처펀드 투자의 최대 이점인 공모주 물량을 상장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배정하도록 하고 있는 점도 사모 및 소규모 펀드에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공모펀드에 비해 펀드 규모가 작은 사모펀드에 공모주를 편입시키면 상장 후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률 개선 효과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러한 점을 감안, 코스닥벤처펀드의 사모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이날 발표했다. 우선 벤처기업 상장 과정에서 공모주를 배정할 때 공ㆍ사모 구분 없이 코스닥벤처펀드의 총 순자산 대비 개별펀드 순자산 비율로 배정해 대형 펀드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주관사 재량으로 공모펀드에 최대 10% 추가 물량 배정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신용평가사 등급이 없는 CB나 BW라도 적격기관투자자(QIB) 시장에 등록됐다면 공모펀드 자산에 편입할 수 있도록 운용 규제를 개선한다. 사모펀드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일정 기간 환매금지 기간을 두고 운용할 경우 공모주 우선 배정에 참여할 자격을 부여할 예정이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