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1년간 특별감리를 한 끝에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재작년 상장을 앞두고 자회사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에 근거가 있다는 의미로, 최종 처분 결과에 따라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상 의혹도 재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감리를 완료하고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와 감사인에 통보했다”고 1일 밝혔다. 조치사전통지란 금감원의 감리결과 조치가 예상될 때 증권선물위원회에 감리안건 상정을 요청하기 전 위반사실과 예정된 조치의 내용을 미리 안내하는 절치다. 감리결과 무혐의일 땐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감리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상장 전 시장에서 분식회계 논란이 일었는데, 금감원 특별감리 1년 만에 실제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금감원 감리결과에 대한 최종 판단은 금융위원회가 맡는다. 금융위원회 내부기구인 감리위원회에서 사전 심의를 거친 뒤 증권선물위원회가 금감원 감리결과를 놓고 최종 판단을 내린다. 지난해부터 분식회계에 대한 당국의 제재 수위가 대폭 강화된 만큼 이에 따른 후폭풍이 적지 않을 걸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이후 주가가 4배가량 뛰었다.
분식회계 논란은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갑자기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이는 초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불거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5조원으로 평가하면서 회계상 4조5,000억원에 달하는 투자이익이 발생했다. 쉽게 말해 장부상으로만 이익이 잡힌 것이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는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며 “정상적으로 회계 처리를 했다면 2,1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5년 연속 적자로 상장도 순조롭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시민단체가 제기한 부분이 맞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며 “당시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으로 변경할 근거가 없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외 문제가 된 부분이 더 있었지만 일단 시장에서 제기된 부분만 알릴 수 있다”며 “20여명에게 조치 통보 사실이 전해졌는데 언론에 알리지 않으면 혹시라도 미공개 정보 이용 위험이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도 무관치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가 뛰면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비율(1대0.35)이 매겨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의 제일모직 지분(42.2%)은 삼성물산 지분(1.4%)보다 많았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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