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한국은 오늘(1일)부터 ‘임진모의 뮤직앤피플’을 새로 선보입니다.
임진모씨는 활발한 글쓰기와 방송 출연으로 친숙한 대중음악평론가입니다. 대중적이면서도 전문적인 시각으로 다양한 국내외 대중음악과 아티스트들을 분석하고 소개해, 높은 인지도와 신뢰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얼마전 출간된 ‘한국인의 팝송 100’을 비롯해 ‘팝, 경제를 노래하다’ 등 10여권이 있으며, 현재 tbs FM ‘임진모의 마이웨이’(매일 오후 10시10분~12시)를 진행중입니다. 또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선 무려 20년 넘게 터줏대감 게스트로 활약하고 있습니니다. ‘임진모의 뮤직앤피플’을 통해 대중음악과 아티스트를 ‘읽는’ 재미에 빠져보시죠. 편집자 주
‘가왕’ 조용필이 한반도를 들끓게 한 남북정상회담 만찬 행사 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 게 굴욕인가 최대한 예의인가가 논란을 불렀다. 조용필의 50주년 공연이 평양과 신의주로도 이어질 것인가도 뉴스가 됐다.
고희를 앞둔 나이에 이렇듯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것은 가왕이라서 가능할 것이다. ‘토픽 생산력’이 젊은 스타들인 로꼬와 화사, 트와이스에 못지않다. 남북 정상회담 이전의 평양공연에서도 레드벨벳에 뒤지지 않는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다. 좋지 않은 몸 상태, (북의) 음향준비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그의 노래를 듣지 않고 자란 청년세대 중 일부는 조용필의 이름과 노래가 TV에 등장하자 스트리밍으로 그의 곡들, 특히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모나리자’ 등을 듣게 되면서 감탄 모드에 들어갔다고 한다. 1990년생의 한 직장인은 “조용필을 굳이 찾아서 들어본 적은 없다. 솔직히 우리랑 정서가 맞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박정현도 잘했지만 오리지널을 듣고 왜 조용필을 가왕이라고들 하는지 살짝 공감했다. 대단한 노래더라!”며 앞으로 그의 대표곡들은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1968년 미8군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한 조용필은 올해로 데뷔 50년을 맞았다. 50이란 숫자에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기념 순회공연을 결심하자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불쑥 평양공연이 개입하면서 바이오리듬도 헝클어졌다. 50주년 기념과 맞물리면 좋을 20집 신보의 연내 출시는 일찍이 포기했다.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 음악을 믿어서다. 체력과 의지를 모두 음악으로 보강한다.
그는 명백히 자신이 나이 들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내가 ‘꼰대’죠. 나이 들면 누구나 오는 거잖아요. 쉽게 받아들이면 됩니다”라며 “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노래가 안 될 때 지금까지 좋아했던 분들이 어떤 실망을 할까 그것이 가장 두려워요. 그러니까 되는 날까지, 허락하는 날까지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그의 시선이 중장년이 아닌 젊은 세대로 향해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바운스’ 열풍이 남달랐던 것은 최고참의 아티스트가 가장 ‘영’한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실제로 EDM, 브릿팝, 힙합 등의 핫한 트렌드를 교배한 젊은 사운드를 통해 중2, 중3학생들과 (감수성의) 접점을 마련하고자 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젊은 음악을 만든 배경에 대한 질문에 “새로운 나, 또 다른 나를 찾고자 했다”는 답은 메아리를 울렸다.
만약 ‘바운스’와 ‘헬로’를 기존 방식으로 곡을 수집하고 노래를 불렀다면 결코 청소년과 20대가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학생이 듣기에 마치 아이돌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동시대성’을 구현했기에 스트리밍 폭발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사운드가 젊었다. 조용필은 음악이 세대 갈등을 풀고 세대 동행으로 향하게 하는 최적화된 접근법임을 인식하고 있다.
모든 게 음악이다. 음악 듣기를 통해서 가수로서 가장 중요한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조용필은 매일매일 음악을 듣는다. ‘더 스크립트’, ‘시아’, ‘알란 파커’ 등 괜찮다 싶은 가수의 앨범은 모조리 찾아서 ‘열청’한다. 조용필의 새 앨범을 올해 접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만약 신보를 가지고 돌아온다면 그 앨범은 분명 깜놀, 젊은 음악일 것이다. 모든 걸 음악에 걸기에 그는 가왕이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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