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급 격상 2007년 첫 회의서
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등 합의했으나
이명박 정부로 정권 교체되며 무산
4ㆍ27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이하 경협공동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라는 ‘큰 산’을 넘어 실제 남북 경협이 추진될 경우 경협 ‘컨트롤타워’로 경협공동위가 부활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에 대비한 ‘하드웨어’를 미리 구축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0년 남북 정상의 6ㆍ15 선언에 따라 구성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모태로 한 경협공동위원회는 남북 경제협력을 총괄하는 회의체다. 2007년 10ㆍ4 선언(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당시 남과 북은 경협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기존 차관급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권오규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수석대표를 맡았다. 실제 남북은 2007년 12월 4~6일 서울에서 1차 경협공동위를 개최해 ▦개성~평양 고속도로 및 개성~신의주철도 개보수 추진 ▦단천 지역 광산 투자협력 등에 합의했다. 모두 10ㆍ4 선언에 담긴 경협사업이었다. 당시 양측은 이듬해 상반기 중 평양에서 2차 공동위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며 공동위는 더 이상 열리지 못했다.
이번에 경협공동위가 부활하면 11년 만에 재가동되는 셈이다. 이 경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협공동위 수석대표로서 남북 경협의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2007년 당시에도 권 전 부총리가 공동위 수석대표를 맡았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너지ㆍ조선ㆍ특구) 국토교통부(도로ㆍ철도) 농림축산식품부(농업ㆍ식량) 해양수산부(공동어로ㆍ해운) 등 각 부처에 산재한 경협 사업을 총괄ㆍ조정하기 위해서는 경제부총리가 가장 적임자로 꼽힌다. 게다가 경협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는 기재부의 ‘무기’인 재정과 세제 지원이 필수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협공동위라는 기본 틀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다시 개최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며 “다만 다른 형태의 별도 조직을 신설하거나 활용하는 방안도 있어 현재로선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만약 기재부를 중심으로 경협공동위가 가동되면 경협 논의는 남북이 이미 10ㆍ4 선언에서 합의한 ▦개성공단 2단계 개발착수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등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 중국과 러시아로 이어지는 ‘H’자 모양의 경협 벨트를 구축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도 가시화할 공산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10ㆍ4 선언에서 합의된 경협 사업들을 재검토중”이라며 “당시 추진이 되지 않았을 뿐이지 합의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물론 실제 남북 경협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남북 경협에 대비한 조직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경협은 크게 협상과 실제 사업추진으로 나뉜다”며 “협상과 사업추진을 분리해 두 개의 별도 조직으로 구성할지, 아니면 경협공동위와 같은 단일 기구로 꾸릴지 등 전반적인 경협 조직체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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