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태양광 예정부지와 연결… 특혜 의혹
영주시 “철거ㆍ원상복구” 명령
한전 “태양광발전 활성화 등 차원
주민ㆍ시와 협의해 점용허가 받겠다”
한국전력공사가 허가 받은 것보다 몇 배나 되는 전주를 무더기로 설치했다가 영주시로부터 철거명령을 받았다. 관련 절차를 누구보다 잘 아는 한전이 무슨 이유로 무리수를 두었는지, 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북 영주시에 따르면 한전영주지점은 지난 1월15일 태양광 발전 선로 신설을 명목으로 상망동의 영주경찰서 동부지구대에서 영광고등학교 근처까지 2㎞ 도로변에 전주 52개를 설치하겠다며 영주시로부터 도로점용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허가 받은 전주의 4배에 이르는 202개나 된다. 허가 받은 영광고 인근을 지나 부석방면 935번 지방도와 비좁은 농어촌도로를 거쳐 단산면 동원리 오상마을까지 약 10km 구간에 150개를 추가 설치했다.
특히 무허가 설치 구간의 절반 이상은 도로 폭이 5, 6m에 불과한 농어촌도로다. 일부 구간엔 10~30m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설치했다. 지지대까지 좁은 도로를 점령하는 바람에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주민들은 한전이 무허가로 전주를 설치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50여 명의 반대서명을 받아 4월 초 영주시에 “도로 및 농로 양쪽으로 전주가 빼곡하게 세워져 미관상 흉하고 위험부담을 느낀다”며 신고했다.
영주시는 무허가 전주 설치 사실을 확인하고 5월15일까지 철거 및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기한 내 철거하지 않을 경우 고발할 방침이다.
한전이 이처럼 무리하게 전주를 설치한 데 것은 특정인의 로비가 개입하지 않았냐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무허가 전주의 종착점은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추진중인 곳이다. 사업주는 과거 영주시 최고위층 측근에게 돈사 인허가와 관련해 금품을 제공한 당사자인 A씨로 알려져 있다. 돈을 받은 측근은 최근 대구지검 안동지청에 구속됐다.
문제의 태양광발전사업 예정지는 A씨가 2015년 말부터 일대 임야 7만2,821㎡에 경작을 위해 개간을 추진해 온 곳이다. 개간사업이 거의 완료된 지난해 9월 개간사업 취소원을 제출한 뒤 태양광발전을 추진하고 나섰다.
영주시는 개간사업취소원이 제출되자 이를 승인하고 산림복구명령을 내렸지만 A씨는 이에 아랑곳없이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임야를 태양광발전사업부지로 ‘개발’하는 것은 경작지로 개간하는 것보다 절차와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 보니 이를 염두에 두고 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개간지 원상복구 후 발전부지로 ‘개발’절차를 다시 밟을지, 중간과정을 건너뛸지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전이 사업자와 지자체가 이견을 보이는 곳에 전주부터, 그것도 무허가로 가설한 데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 영주지사 박운창 전력공급부장은 “전주 가설은 태양광발전 활성화와 150여 업체의 공용 선로망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했으며, 영주시와 원만한 협의를 거쳐 사후 도로점용 허가를 받는 방향으로 해결하겠다”며 무단점용 사실을 인정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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