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의료사고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료중재원)에 분쟁 상담을 요청한 건수가 최근 5년간 22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사고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환자와 의료기관이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례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최근 배우 한예슬(36)씨가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다가 의료사고를 당하자 차병원 측이 즉각 사과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했지만, 이런 대접은 유명인이 아니고서야 기대하기 어렵다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30일 의료중재원이 발간한 ‘2017년도 의료분쟁 조정ㆍ중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7)간 의료분쟁 상담 건수는 22만2,652건으로 연평균 11.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의료중재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건수는 9,311건으로 연평균 14.7% 늘었다. 지난해 조정신청은 2,420건으로 전년 대비 26.9% 증가했다.
5년 간 조정 신청한 사건의 47.6%는 조정절차가 개시됐다. 지난해 조정 개시율은 57.2%에 달했는데, 이는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2016년 11월 도입된 신해철법은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의 동의가 없어도 의료중재원이 분쟁 조정절차를 자동으로 개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조정절차가 자동 개시된 분쟁은 383건이었고, 이 중 절차가 종결된 239건의 조정성립률은 81.0%였다.
의료사고 감정을 통해 나온 사고내용은 증상악화(21.8%)가 가장 많았고, 이어 감염(9.1%), 진단지연(8.4%), 장기손상(7.7%), 신경손상(7.1%) 순이었다. 5년간 조정절차를 마친 4,035건 가운데 2,634건은 조정이 성립됐다. 총 조정 성립금액은 241억7,770만원, 1건당 평균 금액은 918만원이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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