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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교통카드에도 열리는 엉터리 쓰레기 집하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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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교통카드에도 열리는 엉터리 쓰레기 집하시설

입력
2018.04.30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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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RF 아닌 신용카드 접촉해도

자동 문개폐… 인식 시스템 결함

시속 70㎞로 최대 2㎞ 이동장비

문 열린채 작동되면 안전 위험

설비점검 30대 빨려들어가 사망

종량제ㆍ일반봉투 못 걸러내

되레 주민들 무단투기 조장도

지난 24일 경기 남양주시 별내지구의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인 ‘크린넷’의 설비 문제를 점검하던 30대 근로자가 쓰레기 수거배관에 빨려 들어가 숨졌다. 사진은 별내지구에 설치된 쓰레기 집하시설 지상 투입구. 이종구 기자
지난 24일 경기 남양주시 별내지구의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인 ‘크린넷’의 설비 문제를 점검하던 30대 근로자가 쓰레기 수거배관에 빨려 들어가 숨졌다. 사진은 별내지구에 설치된 쓰레기 집하시설 지상 투입구. 이종구 기자
26일 남양주 별내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생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지상 투입구에 신용카드를 갖다 대자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있다.
26일 남양주 별내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생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지상 투입구에 신용카드를 갖다 대자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있다.
26일 신용카드 등으로도 손쉽게 문이 열리는 생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지상 투입구.
26일 신용카드 등으로도 손쉽게 문이 열리는 생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지상 투입구.

“도어가 열립니다.”

26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별내지구 인도에 설치된 쓰레기 자동 집하시설 ‘크린넷’ 투입구에 버스카드를 갖다 댔더니 이런 안내음성과 함께 문이 열렸다. 이 투입구는 전용 RF(Radio Frequency) 카드에만 반응해야 하지만 황당하게도 엉뚱한 카드를 갖다 댔음에도 개방된 것이다. 문이 열리자 어린이 1명은 족히 빠질 수 있는 검은색 원통이 눈에 들어왔다. 장난이나 부주의 등으로 기기가 오작동한다면 안전사고 위험이 커 보였다.

이 곳만이 아니었다. 이 일대 쓰레기 집하시설 투입구는 버스카드는 물론 신용카드만 접촉해도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혔다.

공동주택단지 내에 놓인 집하시설 투입구 상태도 비슷했다. 심지어 휴대폰만 갖다 대도 문이 열리는 곳도 있었다. 음식물, 20ℓ짜리 소형쓰레기 투입구 모두 마찬가지였다. A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휴대폰을 대도 문이 열리는데, 입주민들에게 왜 RF카드를 나눠주는 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이 주민은 “그런데도 카드를 분실하면 5,000원씩 받고 팔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의 집하장치는 최근 30대가 설비 점검 작업 중 투입구에 빨려 들어가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것과 같은 기종이다. 기계가 사람과 쓰레기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 말고도 전용 RF 카드가 아닌 카드에도 쉽사리 투입구가 열려 ‘블랙홀’과 같은 입구를 노출시켜온 것이다.

앞서 지난 달 24일 쓰레기 집하시설 설비 점검 작업을 하던 조모(38)씨가 쓰레기 투입구에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번 사고는 투입구에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빨아들이는 밸브를 연 것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투입구 주위에 사람이 서있는 상태에서 문이 열리면 사고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다양한 결함이 발견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더하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기기 오작동으로 투입구가 열린 상태에서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진공이 작동한다면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별내지구에 설치된 기기 대부분이 이런 문제를 안고 있지만 시와 업체는 별 조치 없이 방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기기결합에 대해 업체에 개선을 요구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쓰레기 집하시설은 종량제 봉투를 걸러내는 시스템도 미비했다. 쓰레기를 종량제가 아닌 일반 비닐봉투에 담아 버려도 이를 차단하거나 걸러낼 방법이 없는 셈이다. A아파트 쓰레기 투입구 앞에는 검은색 비닐봉투 등이 마구 널브러져 있었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집하시설이 오히려 무단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4년 전부터 문제 제기했지만, 시가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26일 남양주 별내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쓰레기 집하시설 지상 투입구 앞에 검은색 비닐봉투 등이 버려져 있다.
26일 남양주 별내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쓰레기 집하시설 지상 투입구 앞에 검은색 비닐봉투 등이 버려져 있다.

쓰레기 집하시설을 도입한 다른 시ㆍ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B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경비원은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에 설치된 투입구에 목재 등을 마구잡이로 버려 고장이 잦다”고 하소연했다. 성남시 역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시민의식에 기대는 실정이었다. 시 관계자는 “투입구에 넣은 쓰레기를 집하장으로 빨아들이는 공기압이 상당해 이동하는 동안 봉투는 물론 내용물까지 모두 분리될 수밖에 없다”며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자동집하시설은 쓰레기를 지상 투입구에 넣으면 최고 시속 70㎞ 속도의 공기로 빨아들여 최대 2㎞떨어진 지하 집하장으로 이동시키는 장비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전국 신도시 및 택지지구 조성 당시 가구당 200만~300만원씩, 수 조원을 거둬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환경 첨단장비를 표방하고 있지만 잦은 고장과 비효율적 설계ㆍ운영으로 말썽을 빚는 일도 많다.

쓰레기 집하시설은 별내지구에만 투입구가 1,000개에 달하는 등 성남 판교 등 전국 17개 택지지구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26일 남양주 별내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고장 난 채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쓰레기 집하시설 지상 투입구.
26일 남양주 별내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고장 난 채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쓰레기 집하시설 지상 투입구.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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