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무장관들 “8월 마무리”
다음달 직접 방문해 점검하기로
6월 말엔 부채 탕감 최종 결정
치프라스 “헤프게 안 쓸 것” 약속
2019년 총선에서 준수 여부 주목
그리스가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8년 간의 구제금융 체제에서 연내 탈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그리스의 지속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구제금융 졸업’을 지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전날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회의에서 ‘3차 구제금융’이 만료되는 올 8월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유로존 대표단은 다음달 그리스를 직접 방문, 그 동안의 이행 상황을 점검키로 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의장인 마리오 센테노 포르투갈 재무장관은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를 기반으로 유로그룹은 6월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종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로존은 6월 21일쯤 마지막 지원 금액과 부채 탕감 조치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그리스가 유로존과 약속한 조건들을 잘 지킨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일이다. 센테노 의장은 “그리스는 개혁 어젠다에 완전히 전념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고,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 조세담당 집행위원도 “은행의 부실대출 대응 문제 등 그리스가 시행해야 할 몇 가지 노력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장관들도 8월 전 그리스가 남은 과제를 위해 속도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남은 과제에는 에너지 시장 민영화 등 88개 사항이 포함됐다.
그리스도 구제금융 체제 탈출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국가 성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제금융 졸업 이후에도 구조조정 지속 등 강력한 경제 개혁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그는 앞서 “돈을 헤프게 썼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그리스는 3년 연속 채권단이 요구한 예산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부채 규모도 줄였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4%에 해당하는 70억 유로의 흑자 재정을 실현했다. 국가 부채도 178.6%로 전년(180.8%) 대비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우려는 남아 있다. 그리스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2019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정부 지출을 늘리는 공약을 남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유로존 당국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리스 정치인들이 다시 또 지출을 늘리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로존 당국자들은 그리스가 발표한 국가 성장 계획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단체교섭 합의 복원 등에 찬성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과도한 재정 지출로 2010년 국가 부도 직전까지 몰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모두 세 차례 2,600억 유로(약 337조원)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제공 받아 위기를 넘긴 바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연금 삭감, 세금 인상, 구조 개혁 등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감내하고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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