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이행 의지 적극 표현
북미 정상회담 성사 위한 고육책
‘보상 극대화’ 전략적 양보 시각도
북한이 대외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고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중지와 핵실험장 폐쇄를 결정한 데 이어, 내부에까지 ‘완전한 비핵화’ 과정에 진입했음을 공표했다. 대미 비핵화 협상에 앞서 단행된 북한의 선제적 파격 조치들을 두고 어떻게든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낙관론과 협상력 강화나 보상 극대화 등을 노린 대미 압박 차원일 거라는 신중론이 교차한다.
29일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북한 매체의 대대적 ‘판문점 선언’ 보도에 대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등 정권에 불리할 수 있는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 대내 매체를 통해 그대로 보도한 건 예상 밖”이라며 “합의문을 이행하겠다는 의지의 적극적 표현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 관영 매체들을 통해 판문점 선언 전문을 그대로 보도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회담 당일 있었던 일들을 전하는 데 6개 면 중 4개 면을 할애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 등이 담긴 사진 60여장을 싣기도 했다. 조선중앙TV는 회담 핵심 장면을 담은 30분짜리 영상을 방영했고, 아나운서가 선언문 전문을 낭독했다.
북한이 국제사회 요구가 아니라 스스로의 이행 과제로 비핵화를 언급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완전한 비핵화’ 목표 이행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반년도 안 돼 입장을 뒤집는 정치적 부담을 감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핵화 관련 내부 교육 및 설득 작업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사실의 방증일 수도 있다.
전조가 있었다. 지난달 남측 대북 특사단에게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의지를 전한 것을 시작으로, 이달 20일에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결정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선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장면을 공개하기로 했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이 한껏 자세를 낮추고 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실익을 겨냥한 ‘전략적 양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 발전에 주력하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최근 채택한 데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상 3년차에 접어든 만큼 확실한 경제적 성과를 위해 선명한 태도를 보이는 게 낫다고 북한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기과시형’ 성향을 완벽히 파악한 대책이란 평가도 나온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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