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부과에 법적대응 예고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회계사들에게 아파트 회계 감사를 최소 100시간 이상 하도록 강제한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감사보수) 담합이라며 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회계사회는 감사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공정위는 29일 한국공인회계사회와 관련자 2명(상근부회장ㆍ심리위원)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회계사회에 사업자단체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최대 액수인 5억원을 매겼다. 회계사회는 공인회계사법에 따라 설립된 법정기관으로,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공인회계사와 회계법인은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정부는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2013년 말 주택법을 개정(일명 김부선법), 2015년부터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 회계감사를 의무화했다. 기존에는 입주자 10분의 1 이상이 동의할 때만 감사를 받았다. 회계사회는 법 개정이 논의되던 2013년 5월 ‘공동주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아파트 회계감사 보수가 최저가 입찰 등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아파트당 최소 감사시간을 ‘100시간’으로 정했다. 이어 회계법인 등 회원에게 “2015년 1월부터 최소감사시간 100시간을 준수해달라”고 통보했다. 감사시간이 늘어나면 감사보수도 늘어난다. 실제 2015년 아파트 회계감사 평균보수는 213만9,000원으로, 전년(96만9,000원)보다 120.7% 증가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아파트 회계감사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담합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회계사회 관계자는 “과거 특정 회계사들이 수백여곳의 아파트 회계감사를 맡아 ‘도장’만 찍어주고 비리로 이어지는 악습을 끊기 위해 ‘최소 100시간은 감사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며 “보수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감사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도 작년 9월 일정 감사시간을 보장하는 ‘표준감사시간제’를 도입했다. 공인회계사 A씨는 “사실 100시간도 회계사 3명 기준 감사기간 일주일 정도에 불과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파트 입주민과 관리자 주체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회계사들의 ‘공적’ 역할을 공정위가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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