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전기 우승자인 나현 9단의 2연패 여부와 국내랭킹 1위 박정환 9단 성적에 관심
세계 최고의 ‘번개손’을 가리는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우승상금 2,500만원)가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한국에서 열린다. 지난 1989년 창설, 올해 30회를 맞이한 이 대회는 제한시간 없이 매수 30초 초읽기 방식으로 진행되며 대국 도중 1분 고려시간 10회 사용이 가능한 초속기 기전이다. 참가 자격은 한(KBS)ㆍ중(CCTV)ㆍ일(NHK), 각국 공영 방송사에서 개최한 자국내 기전 입상자들에게 주어진다. 한국에선 전기 챔피언으로 시드를 받은 나현(23) 9단을 비롯해 박정환(25) 9단과 김지석(29) 9단이 출격한다. 중국에선 판팅위(22) 9단과 판윈뤄(22) 6단, 일본은 이야마 유타(29) 9단과 시다 다쓰야(28) 7단 등이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한ㆍ중ㆍ일, 3개국이 번갈아 가며 개최하는 이 대회에선 한국이 11번 정상에 올라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일본이 10차례, 중국이 8차례 각각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 대회 최대 관심사는 최근 ‘완전체’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정환 9단에게 쏠려 있다. 박 9단은 그 동안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2차례의 준우승(25, 27회) 기록이 전부다. 이 대회 통산 성적도 6승6패로 이름값에 비해선 저조했다. 하지만 박 9단의 최근 기세를 고려할 때,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만 하다는 게 바둑계의 평가다. 박 9단은 최근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대회’와 ‘월드바둑챔피언십’, ‘크라운해태배’, ‘CCTV 한ㆍ중ㆍ일 바둑쟁탈전’, ‘KBS바둑왕전’ 등 결승에 진출했던 모든 대회의 우승컵을 쓸어 담았다. 박 9단이 이번 대회에서도 최종전까지 안착할 경우, 또 다시 ‘결승 진출=우승’이란 방정식을 계속 이어갈 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실상 세계 랭킹 1위인 박 9단의 올해 성적은 20승4패다.
아울러 한국 랭킹 7위인 나현 9단의 대회 2년 연속 우승 달성 여부도 관심사다. 나 9단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이세돌(35) 9단을 꺾고 우승한 바 있다. 한국 랭킹 2위로, 이번 대회 첫 명함을 내민 김지석(29) 9단 역시 올해 25승4패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충분히 우승도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 선수의 우승이 점쳐지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의 선수 구성도 예사롭지 않다. 먼저 일본 바둑의 간판인 이야마 9단도 이번 대회를 벼르고 있다. 이야마 9단은 현재 자국내 7개 주요 기전 타이틀을 모두 보유한 일본 바둑계의 절대강자다. 하지만 그의 국제대회 성적은 초라하다. 지금까지 이야마 9단의 국제대회 우승은 지난 2013년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가 유일하다. 이번 대회를 앞둔 그의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또한 만만치 않은 전력이다. 초일류급은 아니지만 출전 선수들의 경쟁력은 이미 입증됐다. 지난 2016년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7연승을 질주했던 판팅위 9단은 2013년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대회 결승전에서 박정환 9단을 꺾고 우승했던 실력자다. 판윈러 6단도 지난해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역시 박정환 9단을 누르고 중국의 우승을 결정지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우승을 조심스럽게 점치면서도 중국 선수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바둑TV 해설위원인 홍성지(31) 9단은 “우리나라가 우승하기 위해선 결국 중국 선수들을 넘어서야 할 것”이라며 “특히 속기에 강하고 바둑 두는 기풍상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까다로운 상대인 중국의 판팅위 9단과 어떤 승부를 펼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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