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인사 늦춰지고 신입사원 몽골 연수 등 일정도 미뤄
"의사 결정 시스템 '올스톱'…파문 극복 못 하면 경영에 큰 부담"
이른바 '물벼락 갑질'에서 시작해 탈루 의혹으로까지 번진 대한항공 총수 일가 관련 논란이 실제 대한항공 경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4일 서울에서 미국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JV) 출범 관련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가 이를 취소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인가받은 대한항공-델타항공 JV 출범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 등을 설명하기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기자들에게 일정을 공지하기도 전에 행사가 취소된 것이다.
기자간담회에는 델타항공 스티브 시어 국제선 사장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기자회견이 취소되면서 방한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스티브 시어 사장이 JV 출범 기자간담회 말고도 다른 일정들을 소화하려 방한하려 했지만, 방한을 취소하면서 기자간담회도 무산됐다"며 "다시 일정을 조율해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최근 오너 일가와 관련한 각종 악재로 회사 홍보 관련 행사를 여는 것이 부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자간담회를 취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일 같이 뉴스를 틀면 대한항공 오너 일가와 관련한 욕설, 갑질, 탈루 등 의혹이 쏟아지는데, 이런 상황에서 무슨 JV 홍보를 하겠느냐"며 "어떤 회사라도 지금 같은 환경이라면 홍보 관련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델타 JV는 대한항공이 미래 성장을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다.
대한항공은 작년 3월 델타항공과 JV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그해 6월 정식 협정에 서명했으며 한 달 뒤 한미 항공 당국에 JV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냈다.
미국 교통부가 작년 11월 JV를 승인했고, 한국 국토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쟁 제한성 검토 결과를 기다리느라 8개월이 지난 지난달 27일 승인 결정을 내렸다.
1년 넘게 대한항공이 공들인 델타항공과의 JV는 이달 출범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최근 대한항공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JV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고, 자칫 출범 자체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객 마케팅과 광고를 담당하던 조현민 전무가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데다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에 대한 퇴진 압박마저 거세지고 있어 자칫 JV 출범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오너 일가 갑질이 대한항공 경영에 발목을 잡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 도시를 운항하는 항공사로서 국제적인 이미지 추락도 부담이다.
2014년 조현아 당시 부사장의 '땅콩 회항' 파문에 이어 이번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까지 주요 외신에 소개되면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회사 이미지·신뢰도에 타격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조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음료를 뿌리고 물컵을 던졌다는 '갑질' 의혹이 제기된 이후 TV, 신문, 잡기 등 미디어에 회사 광고를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매년 4월 이뤄지던 사원 인사도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2년 차 사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몽골 식림(植林) 활동'도 연기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원 인사는 임원 인사가 예년보다 미뤄지면서 늦어진 것이고 곧 정기승격 인사가 발표될 계획"이라며 "몽골 식림 활동은 일부에서 말하듯 무기한 연기가 아니라 6월로 일정이 미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문으로 현재 대한항공이 경영과 관련해 어떤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 시스템이 '올스톱'된 상태"라며 "이번 파문을 빨리 극복하지 못하면 중장기적으로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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