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잘못 열었다 추락사
“안전조치 미흡” 업주에 실형
1년 전 강원 춘천시의 노래방에서 50대 손님이 비상문을 열고 나갔다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 재판부가 업주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업주는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문 밖이 4m 낭떠러지인 위험천만한 비상문에 제대로 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춘천지법 형사 1단독 조정래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래방 업주 A(48)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30일 오후 10시 20분쯤 자신이 운영하는 춘천의 노래연습장에서 손님 B(58)씨가 비상문을 열었다 4m 아래로 추락해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노래방 복도 끝에 첫 번째 문을 지나 또 다른 문이 나오자 그 문을 열었다가 변을 당했다.
A씨는 법령에 따라 소방시설을 설치했고, 과실이 있다 해도 B씨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필요한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고가 난 노래방은 2층으로, 복도 끝 첫 번째 문을 지나면 나오는 비상문은 지상에서 4m 가량 높이의 외부 벽을 뚫어 설치됐다. 비상문을 열고 발을 내디디면 곧바로 추락하는 구조다. 하지만 비상문 밖에는 몸이 떨어지지 않도록 지지할 장치가 없었으며, 계단이나 밧줄, 사다리 등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재판부는 복도 끝 첫 번째 문 위에 ‘추락 주의’ 문구 표시를 해 놓았지만 취객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A씨는 B씨 추락 사건이 난 이후 비상문 앞에 양쪽 기둥을 세워 쇠사슬로 위험 방지 조치를 했다.
재판부는 “비상문을 보통의 출입문으로 오인해 열고 나갈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되지만 피고인은 화장실을 찾는 피해자가 비상문을 열고 나갈지를 면밀히 관찰하거나 사전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소방관서의 안전점검을 적법하게 받았다고 해도 위급 상황에서 구조활동을 위해 법령이 요구하는 시설의 적합성을 확인 받은 것에 불과하다”며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 사건의 안전조치에 관한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춘천=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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