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세 번째 침범… 4시간 진입
포항 동남방 56㎞까지 근접 비행
“中, 자국 인근 공역 비행엔 민감”
중국 군용기가 또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방공식별구역은 외국 항공기의 영공 무단 침입을 막기 위해 영공 바깥에 설정한 임의의 공역이다. 중국이 국제 관례를 우습게 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28일 “오늘 오전 10시 44분쯤 중국 국적의 군용기 1대가 이어도 서북방에서 KADIZ로 진입했다”며 “이 군용기는 낮 12시11분쯤 포항 동남방에서 북쪽으로 기수를 틀어 해안선으로부터 약 30노티컬마일(약 56㎞)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강릉 동방(해안선에서 74㎞) 상공까지 이동한 뒤 12시43분쯤 기수를 남쪽으로 돌리고 진입한 경로를 따라 오후 2시33분쯤 KADIZ를 최종 이탈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Y-9 정찰기로 추정되는 이 중국 군용기는 제주도와 이어도 상공 사이의 KADIZ로 최초 진입한 뒤 대한해협을 거쳐 경북 포항 동남방 상공까지 근접 비행했고 계속 북상해 해안선에서 74㎞ 떨어진 강원 강릉 동방 상공까지 날아갔다. 그 후 같은 경로로 남하 비행한 뒤 이어도 인근 상공에서 KADIZ를 벗어났다. KADIZ 진입에서 이탈까지 걸린 시간은 4시간가량이다.
이날 공군은 이어도 서북방 지역에서 미상 항적이 포착되자 F-15K 등 여러 대의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켜 추적ㆍ감시 비행을 했다. 또 한중 군당국 간 직통망(핫라인)과 전투기 경고 무선 등을 통해 “우발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긴장 고조 행위를 멈추고 더 이상의 위협 비행을 중지하라”고 경고하며 대응했다는 게 합참 전언이다.
중국 측은 우리 군 경고에 “국제공역에서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상적인 훈련 비행을 한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공식별구역이 국제법상 영공은 아니지만 이 구역에 진입할 때는 당사국에 미리 통보하는 게 국제 관례다.
중국 군용기의 이번 KADIZ 진입 항적은 2월 27일 상황과 유사하다는 게 합참 설명이다. 당시에도 중국의 Y-9 정찰기로 추정되는 군용기 1대가 KADIZ에 진입, 부산 동남방 해안선으로부터 약 40노티컬마일(약 74㎞) 부근까지 접근한 뒤 울릉도 서북방 약 30노티컬마일까지 북상하면서 정찰 비행을 한 바 있다. 이 정찰기는 같은 경로로 남하, KADIZ를 이탈했다.
중국 군용기의 KADIZ 침범은 1월 29일과 2월 27일에 이어 올해 세 번째다. 정부 소식통은 “월 1회 주기 훈련 비행일 가능성이 있다”며 “자국 인근 공역에 다른 나라 군용기가 들어오면 강하게 반발하는 중국이 입장이 바뀌었다고 국제법 운운하는 건 이중 잣대”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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