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ㆍ싱가포르 언론 라이브 블로그 운영
말레이ㆍ베트남 시차 두고 비교적 차분한 보도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4강 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 유럽, 동남아 국가 언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별도 홈페이지를 개설해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전달하는가 하면 화면으로 확인되지 않는 내용들은 별도의 기사를 통해 회담소식을 전했다.
서울과 8시간 시차가 나는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이뤄지기 전인 새벽 1시(서울 오전 9시)부터 별도의 블로그를 가동했다. ‘김정은, 새 시작을 약속하다’라는 제목의 라이브 글로그에 수분 간격으로 업데이트 된 기사를 올리며 사실상 처음 세계 언론이 지켜보는 공간으로 등장하는 김 위원장 모습을 전달했다. 유럽에선 ‘은둔의 지도자’로 통하는 김 위원장이다. BBC도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양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건너는 모습과 함께 “한반도 역사에서 엄청난 순간”, “유례가 없는 장면” 등의 표현과 함께 정상의 회동 모습을 동영상으로 전송했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남북 양국 간 역사적인 회담의 시작’이라며 “양국의 평화 선언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보도했고, 독일 매체 슈피겔은 ‘김정은이 평화의 시대를 이야기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온라인에 게재하고 동영상도 내보냈다. 이번 회담에 앞서 ‘진정한 기회’라는 제하의 특집기사를 낸 슈피겔은 김 위원장을 ‘65년 간 정전체제를 통틀어 한국에 온 첫 북한 지도자’로 소개했다.
싱가포르 대표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즈는 자사 홈페이지 전면을 남북 정상회담 소식 전달에 할애했다. 최상단에 라이브 블로그를 배치하고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싱가포르는 올해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국이자 내달 말 또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고 있는 나라다. 특이 이 매체는 한국 케이블방송의 생중계 화면을 연결했고 서울발 자사 특파원 기사로 업데이트 하면서 소식을 전했다. 양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처음으로 만나 손을 22초간 ‘길게’ 잡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내는가 하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문에 잠을 설쳤다는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이제는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도 별도의 기사로 뽑아 처리했다.
베트남 언론들도 양국 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는 사진을 앞세워 정상 회담 소식을 사실 중심으로 전달했다. 베트남전 당시 북한의 지원을 받은 베트남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비교적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차가 좀 더 있긴 했지만, 총선을 10여일 앞두고 있는 등 국내 정치 문제로 분주한 말레이시아의 스타도 한반도의 비핵화 움직임 소식을 메인 기사로 소개했다. 동남아 나라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건설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반도 평화 지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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